고교생 영재아들 위해 늦깎이 미국행
유학생활 부적응 아들 우울증 시달려
늦은 결혼도 파탄 가정폭력 혐의까지
베이지역 C씨 부부가 약 20년 전 미국이민을 결심한 것은 영재아들 때문이었다. 아들은 서울의 명문고에 입학해서도 줄곧 수위를 다퉜다. 당시 50대였던 C씨 부부는 아들의 장래를 보고 기꺼이 미국이민을 택했다.
C씨네는 베이지역에 정착했다. 아들을 공립 명문고에 들여보낸 C씨 부부는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이민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낯설고 힘들어도 이들은 고교생, 특히 수험생 자녀를 둔 대다수 학부형들과 달리 아들의 공부에 대해서는 걱정을 놓아도 된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오산이었다. 영재아들의 미국유학은 처음부터 어긋났다. 학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건 고사하고 친구도 잘 사귀지 못했다. 더욱 큰 문제는 워낙 말이 없는데다 자존심 센 아들은 속으로만 끙끙 앓으면서 차츰 자포자기 상태가 됐고, 부모는 학교에서 돌아오기 무섭게 방안에 틀어박혀 말없이 지내는 아들을 보면서 ‘원래 조용한 아이니까…’ ‘공부야 워낙 잘하는 아이니까…’ 하다가 때를 놓치고 불씨를 키워버린 것이다.
우등생 대신 우울증, 명문대학 합격증 대신 병리치료 처방전. C씨 부부는 억장이 무너졌다. 아들은 멀쩡하다가도 가끔 분열증세를 보이며 부모의 억장을 더 무너뜨렸다. 그러나 부모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메리칸 드림은 어차피 접었지만, 어떻게든 아들이 사회생활에 그럭저럭 적응할 수 있기만을 바라며 치료에 정성을 쏟았다. 아들의 20대는 거의 그렇게 흘러갔다. 차도를 보였다. 직장도 잡았다. 그저그런 일자리였다. 부모는 그나마도 다행으로 여겼다.
부모는 어느덧 70대가 됐다. 아들은 마흔이 다 됐다. 우연찮게 결혼이 이뤄졌다. (제3자의 중매 주선으로 한국에 나갔다가 당초 예정에 없었던 상대와 결혼에 이르게 된 과정 등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서는, 검증취재 불충분으로 생략한다.) 그 결혼은 새 불행의 씨앗이 됐다, 적어도 C씨네 입장에서는.
늦깎이 신혼부부는 딸을 낳았다. 부모의 눈에 아들과 며느리, 손녀딸 세 식구는 제법 살갑게 살았다. C씨 부부는 아들의 결함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해준 며느리에게 한편 미안하고 한편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 아들이 보다 안정되는 같다고 흐뭇해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악몽이 또 덮쳤다. 며느리가 딸을 데리고 가출했다. 단순가출이 아니었다. 가정폭력 피해여성 보호센터로 피신했다. 센터는 법대로 절차를 밟았다. 졸지에 아내와 딸을 잃고 가정폭력 혐의로 조사까지 받게 된 아들은 우울증이 다시 깊어졌다. 아들은 딸이라도 찾으려고 발버둥을 쳤다. 법은 ‘일정기간에 한번씩 감호인 입회하에 잠시면회’만 허용했다.
“(아들 부부가) 잘살고 있어도 마음이 안놓일텐데 이렇게 됐으니 불안해서 죽을 수도 없다”는 C씨 부부는 아들의 결혼비화를 들려주며 며느리쪽이 영주권 등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접근한 것 같다고 의심했다. 전후사정 검증취재차 본보는 C씨 부부가 건네준 사돈명함에 적힌 대로 한국의 000본부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영문 이니셜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임의로 붙인 것이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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