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의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면서 지도자들의 무능을 질타한 ‘왕을 참하라’로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켰던 재미 사학자 백지원씨가 이번엔 임진왜란의 실상을 파헤친 ‘조일전쟁’(사진)을 펴냈다.
조선이 개국한 지 200년이 되는 해인 1592년에 발발한 ‘임진왜란’은 섬나라 일본인들이 한반도에 건너와 난동을 부린 ‘왜란’ 수준이 아니라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조선의 해군과 일본 육군이 격돌을 벌인 ‘조일전쟁’으로 명명해야 정확한 이해와 역사 해석이 가능해진다.
이 전쟁에 3개국에서 50만명의 대병력이 투입됐고 현대전에서 쓰이는 무기가 거의 모두 동원됐으며 수십 만명의 전사자가 발생한 전쟁이 어찌 왜란 수준이냐는 얘기다. 저자의 논지는 당시 사용됐던 배나 함포의 규모, 전쟁 방법 등을 자세히 연구하고 소개하는 방법을 탄탄하게 입증된다. 조선 수군은 척당 20문 안팎의 강력한 함포를 장착한 판옥선이었는데 이것은 세계 최대 규모인 200톤급 전함이었고 일본 배 5-10척을 쉽게 상쇄할 수 있었다.
반면 일본은 120년의 내전을 치르면서 칼과 창의 달인들이 돼버린 육군 정예부대를 소유하고 있었다. 또 일본의 조총 생산량은 전 유럽의 조총 생산량과 같을 만큼 많았고 사용에도 능해 초반 조선군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원인이 됐다.
사실을 사실 대로, 공정하고 냉정하게 보려는 저자의 근성은 독자들이 아쉬워할지 모르지만 ‘이순신 신화’도 발가벗긴다. 이순신이 23전 23승을 했다는 설명은 거품이었다. 그러나 이순신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영웅 되는데 수많은 전투를 치루면서 모조리 이길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승자의 역사가 아니라 패자의 변들을 찾아내고, 진실의 편린을 모아 역사를 재구성하는 작업을 계속 하고 있는 백씨는 역사학자들이 들춰내기를 꺼려했던 치부를 드러내고 이를 유머러스하고도 냉소적인 필체로 계속 써내려가고 있다. 한국 외국어대 스페인어과 출신으로 현재 역사 클럽 ‘그라나다’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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