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명의 한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4일 라크레센터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존 박씨(57)는 한미은행 전무이자 최고 대출책임자(CCO)로 타운에 잘 알려진 인사여서 커뮤니티에 충격을 주고 있다. 한인은행들이 경기침체와 맞물려 고전을 거듭하고 있는 시기여서 더욱 그렇다.
자살 동기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유서가 없으니 어떤 절망감이 사회 엘리트층이라 할 수 있는 장년의 은행가를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에 대한 정확한 대답은 앞으로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인들이 전하는 대로 이혼으로 치닫고 있던 가정불화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한인은행계의 고질적 병폐에서 야기된 압박감 때문이었는지, 1.5세로 영어가 더 편했던 그에겐 적응하기 힘든 한국식 직장문화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 이 모든 요소가 복합적으로 곧고 깔끔하기로 소문 난 성정의 그에게 극단적 선택을 하게 했는지는 차츰 밝혀질 것이다. 그리고 밝혀져야 한다.
중학교때 도미해 이곳에서 교육받고 미국계 은행에 근무하던 그는 지난해 9월부터 한미은행에 합류했다. 부실대출로 어려움을 겪어 온 한미은행은 지난 1년간 거의 신규대출을 하지 않았고 CCO인 그의 주요업무는 부실대출 사후관리로 알려졌다. 거액의 채권이 처리되는 관리과정을 둘러싼 브로커들 사이의 알력이 도를 넘어섰다는 것은 이미 한인은행가에선 잘 알려진 이야기다. 이해관계에 얽힌 브로커들의 모함이 이사회에까지 올라가서 내사의 대상이 되는 등 상당수 오피서들이 마음고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자살이 이런 은행주변의 병폐에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은행계 스스로가 폐단의 상태를 점검하고 정화하는 계기는 될 수 있을 것이다.
금년 들어 한인사회의 자살은 급증현상을 보이고 있다. 생활고를 비관한 빈곤층의 자살뿐 아니라 사회 인사들의 자살도 늘어났다. 남의 눈에는 자살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엘리트층의 자살은 ‘사회적 평가를 잃게 되면 모든 것을 상실했다는 절망감에서 온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하나의 문이 열리는 것처럼 인생에는 여러 가지 선택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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