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하면 생각나는 것은 피라미드다. 아테네 하면 파르테논 신전, 로마 하면 콜로세움, 파리 하면 에펠 탑과 노트르담 성당, 런던 하면 국회 의사당과 버킹검 궁전, 뉴욕 하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중국 하면 만리장성과 자금성이다.
이처럼 한 나라 한 문명을 상징하는 것은 건축물이다. 뜨는 문명은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기념물을 낳는다. 반면 지는 문명의 기념물은 관광객용 유적으로 변한다. 일국의 흥망성쇠를 이보다 더 분명히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없다.
넓디넓게 퍼져 있는 일본 도쿄의 상징물은 무엇일까. 아마도 로퐁기 힐스가 아닐까. 10만 평방미터 넓이로 로퐁기 지역에 자리 잡은 이 주상 복합 콤플렉스는 54층 높이의 모리 타워를 중심으로 아파트와 상가, 오피스, 극장, 미술관 등 인간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모든 시설이 들어 있는 도시 안의 도시다.
이런 일을 할 때 항상 따르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 곳에서 살며 일하고 샤핑 할 수 있다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모리 미노루의 고집이 결실을 맺어 착공 17년만인 2003년 완성된 로퐁기 힐스는 이제 도쿄의 대표적 관광 명소로 매년 수백만 명이 이곳을 찾고 있다.
일본에 로퐁기 힐스가 있다면 한국에는 상암동 DMC가 있다. 디지털 미디어 시티의 약자인 DMC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시장으로 재직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된 개발 단지로 앞으로 수년 안에 KBS, MBC를 비롯한 한국 주요 방송과 거의 모든 신문, 그리고 장차 한국의 하이텍 산업을 주도해 갈 전자 업체,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등 첨단 정보 산업체가 들어올 예정이다.
총면적 17만 평(57만 평방미터)으로 로퐁기 힐스의 6배 가까운 넓이에 세워질 총 50여 빌딩 중 이미 20여 채가 건설돼 업무를 보고 있으며 지난 달 착공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133층 높이의 서울 라이트 타워가 세워질 곳도 바로 여기다. 이 건물은 5년 후 완공되면 세계 최고층 호텔, 세계 최고 송신탑, 아시아 최대의 수족관 등 수많은 기록을 가진 대한민국의 상징으로 우뚝 솟게 된다. 역시 세계 최고층인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맑은 날은 개성까지 보인다고 한다.
상암동은 불과 수년전까지 쓰레기 매립지인 난지도와 가깝다고 해 천시되던 지역이다. 악취 때문에 문을 열 수가 없어 인근 아파트는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었고 가격도 헐값이었다. 그러던 것이 난지도가 생태 공원으로 탈바꿈하면서 이곳은 하루아침에 가장 입지조건이 좋은 곳으로 뒤바뀌었고 아파트 값도 천정부지로 뛰게 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들은 DMC가 완성되면 이곳은 서울시에서도 가장 인기 높은 상업 주거 지역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암동 DMC는 뜨는 한국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역시 지난 달 개통된 인천 대교는 바다 위 20여 km를 달리는 대형 구조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다리의 하나다. 특수 공법으로 만들어져 진도 7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돼 있으며 아무리 큰 배도 그 밑으로 통과할 수 있다 한다. 바다 위에 이런 다리를 놓겠다는 구상부터 대단한 일인데다 건설에 관한한 한국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임을 확인이라도 하듯 험난한 공사를 착오 없이 예정대로 마쳤다.
요즘 한국은 어디를 가 봐도 뭔가 짓느라고 바쁘다. 얼마 전에는 당진과 대전, 공주와 서천을 잇는 고속도로가 뚫렸다. 서해안 고속도로와 함께 3각 구도인 이들 도로가 완성됨으로써 충남 대부분의 지역이 1시간 권 안에 들어오게 됐다.
또 지난주에는 최근 뚫린 서울-춘천 고속도로가 동홍천까지 연장됐다. 수년 내 양양까지 개통되면 강원도 최북단까지 서울과 일일 생활권이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개발 사업과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 현대-기아차와 삼성-LG의 약진, 조선과 제철업의 융성은 한국이 이제 개발도상국의 단계를 넘어 선진 경제 강국의 대열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멀리 미국에 사는 한인들이지만 한국의 도약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도 좋을 것 같다.
민경훈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