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대형 계가 깨지고 계주가 잠적하면서 피해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피해 계원들에 따르면 피해액은 400만달러에 달한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한인사회의 계 파동은 목돈 마련을 꿈꾸며 어렵사리 모은 돈을 매달 꼬박꼬박 불입해 온 많은 이들에게 경제적 타격과 함께 마음의 상처를 안겨 준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품앗이 하듯 여럿이 돈을 모아 필요한 순서대로 건네주는 계는 한인사회 경제에 긍정적인 기여를 해 왔다.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는데 따르는 절차와 금융비용 부담 없이 비교적 수월하게 목돈을 쥘 수 있어 사업이나 결혼 자금 등 목돈 마련를 위해 계가 많이 이용되고 있다. 또 현금 거래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세무 당국의 눈을 벗어나 목돈을 만들어 가는데 계를 이용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계는 근본적인 위험성을 안고 있다. 전적으로 구성원들 간의 신뢰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공동체 사회에서는 이런 신뢰만으로도 계가 별 탈 없이 운용됐지만 이번 계 파동에서도 드러났듯 신뢰를 신뢰하기는 더 이상 힘든 분위기가 됐다.
피해자 30여명은 잠적한 계주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케이스의 경우 계주가 초기에는 계원들에게 계돈을 건넸기 때문에 형사적으로 범죄의도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사 소송의 경우에도 대부분 계가 계주와 계원들 간의 아무런 계약서 작성 없이 이뤄지기 때문에 법원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지난 해 콜로라도에서 계원들에게 40만달러 피해를 입혔던 한인 계주에게 5년의 실형이 선고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한국의 계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집중적인 리서치를 했으며 이런 노력이 법원에 받아들여져 계 파동으로는 이례적으로 실형 선고가 내려졌다. 계 파동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법당국의 단호한 의지와 처벌이 뒷받침 돼야 한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에서 이것을 기대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다.
지인들 간에 친목 수단으로 하는 계는 문제없지만 확실하지 않은 관계 속에 많은 돈이 오고가는 계는 위험하다. 피치 못해 계를 해야 할 경우라면 계약서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하는 것이 현명하다. 인간적으로 불편해진다고 이런 장치를 등한시 했다가는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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