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거(紫河車)란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태반(placenta)이란 말로써 우리말로 직역하면 ‘자줏빛 물을 담은 수레’라는 뜻이다. 그런데 동양의학의 보배인 허준의 동의보감에 보면 자하거일구(紫河車一具) 중탕자숙(重湯煮熟) 보진원기(補眞元氣)라고 되어 있는데 이 말은 곧 “태반 한 개를 깨끗하게 씻어 끓는 물에 중탕해 쓰면 잃었던 원기를 찾는데 큰 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즉 태반 줄기세포(placenta stem cell)의 의학적인 용도를 16세기 이조시대에 우리나라 최고의 명의 허준은 탁월한 두뇌와 명석한 관찰력으로 현대의학으로도 21세기에 와서야 발견된 태반혈 또는 제대혈(umbilical cord blood)에도 줄기세포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500년 전에 임상학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현대의학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분야는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불치병 치료(stem cell therapy)이다. 모든 세포의 근원이 되는 태아 3~5일에서 왕성하게 분열되고 있는 세포를 채취해서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각종 불치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그러나 생명이 있는 태아에서 그 생명의 근원이 되는 줄기세포를 채취하는 것은 아무리 인공수정 과정에서 파기된 태아세포라고 해도 윤리적인 문제가 많은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태아를 건드리지 않고 그 탯줄 또는 태반을 사용해서 줄기세포를 채취하는 방법이 생긴 것이다. 이제는 윤리 문제로 고민할 필요 없이 인류의 불치병이었던 당뇨병, 치매증, 파킨슨병, 소아마비 등에 자기가 저장했던 줄기세포를 이식받음으로써 완치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태반이란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고 또 저장은 보통 혈액 저장하는 방법과 별로 다른 점이 없으므로 비용이 따로 드는 것이 없다.
이렇게 획기적인 의학 발전에 상업술은 특히 민감해서 벌써부터 여기저기 태반 저장은행, 태반 클리닉, 하물며 태반 화장품까지 유행이라고 한다. 특기할 것은 이 모든 태반의 특효를 우리나라의 의성(醫聖)인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500년 전에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희택 - 신경내과 전문의 겸 UCLA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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