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럽기 짝이 없던 2009년이 마침내 지나간다. 2009년은 지난 몇십년 동안 한인사회가 겪은 가장 어려운 시련에 속한다. 1992년의 4.29 LA폭동 때도 한인사회 경제가 어려웠지만 2009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지난 몇 달 동안 불경기를 견디다 못해 야반도주하는 한인상인이 한두 명이 아니었고 여기저기서 주택차압이 일어나는 현상을 주변에서 너무나 자주 목격해 온 것이 사실이다.
2009년을 미국 언론에서는‘심한 불경기’로 표현했지만 내용적으로는 ‘경제공황’이었다. 자본주의의 한계를 드러낸 극한상황이 전개되어 미국의 자존심인 GM이 파산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2009년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이 있다.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survival)하려면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 가의 방법론이다.
살아남으려면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할까. 누구나 한번쯤은 지난 한해 이 문제를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캘리포니아에 ‘화이트 마운틴’이라는 높은 산(4342m)이 있다. 이 산 꼭대기에 브릿슬콘이라는 소나무 과의 나무가 있는데 평균수명이 2,000년이고 최장수의 ‘메두셀라’라는 브릿슬콘은 4,841년이나 된다. 한국이 용문산 입구에 있는 1,000년 된 은행나무를 자랑으로 삼는 것과 너무나 비교가 된다.
브릿슬콘의 생존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이 나무는 쓸데없이 꽃을 피우지 않는다. 이파리도 거의 없다. 에너지를 쓸데없이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다. 키도 10미터 내외로 자그마하다. 대신 뿌리는 엄청나게 굵다. 그리고 연간 성장이 100분의 1인치에 불과하다. 자신의 몸을 늘리지 않는 것이다.
한인사회는 지난 몇십년 동안 성장만을 목표로 삼아 왔기 때문에 자연히 과욕이 따랐고 분수를 모르는 확장을 서두르게 되었다. 브릿슬콘 처럼 뿌리는 굵으면서 꽃은 조금 피우는 체질이 아니라 뿌리가 약한데도 꽃만 화려하게 피워 태풍이 불거나 폭우가 쏟아지면 몽땅 뒤집히는 모양새를 지니고 있었다.
모든 것을 잘 나가던 시절의 기준에 맞추어 놓으면 최악의 경제상황에서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항상 좋은 시절이 계속되는 것을 가상하다 보니 집 페이먼트에서부터 모든 것이 분수에 넘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같은 현상이 은행의 차압 붐을 몰고 왔으며 이제는 대형 커머셜 론 때문에 커뮤니티 은행이 쓰러지느냐 마느냐의 위기에까지 와있다. 한쪽에서는 경기가 풀리고 있지만 한인 커뮤니티의 위기는 내년 봄이 피크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전투기 조종사는 왜 생존훈련을 받는가.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코리언 커뮤니티는 이민역사가 짧아 생존훈련을 겪은 적이 없다. 미주 한인사회는 1960년대의 이민 붐 이래 비교적 평탄한 길을 걸어왔다. 때문에 2009년의 시련은 우리에게는 생존훈련에 속한다. 이번시련을 겪고 나면 커뮤니티의 체질이 과거보다 숙성하리라고 본다.
아무 조개나 진주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아픔을 참고 견디는 조개만이 진주를 만들며 이 고통을 이기지 못한 조개는 썩기 마련이다. 2009년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커뮤니티에서 강자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분수에 맞게 살아야 된다는 것, 과욕은 파산의 지름길 이라는 것을 가르쳐 준 것이 2009년이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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