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무심하다’라는 말은 이런 때를 두고 하는 말 같다. 중남미의 최빈국으로 지난 수년간 거듭된 허리케인으로 GDP의 15% 이상이 망가진 카리브 해의 섬나라 아이티에 12일 리히터 진도 7.0의 지진이 발생, 수도 포르토 프랭스 2층 이상 건물 대부분이 파괴되는 등 나라가 쑥대밭이 되고 대통령조차 연락이 두절되는 등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가 사실상 마비된 상태라 사망자가 얼마나 되는지 집계마저 불가능하다. 최소 수십 만 명에 이를 것이란 짐작만 나돌 뿐이다.
남가주에 살며 1994년 노스리지 지진 등을 경험한 한인들은 갑자기 닥치는 지진의 공포와 충격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다. 미국 같이 재난에 대비한 시스템이 잘 돼 있는 곳에서도 그런 일을 당하면 황망하고 불안한데 아이티 같이 모든 것이 뒤떨어진 나라에 사는 주민들의 심정이 어떨지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비록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에, 그들은 세계 최빈국에 살고 있지만 그들이나 우리나 똑같은 인간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수많은 아이티 인들은 지금 가족을 잃은 슬픔과 미래에 대한 공포, 당장 먹고살 걱정 등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태에 놓여 있다. 한국민이 6.25 직후에 느낀 심정과 비슷할 것이다.
당시 잿더미 속에서 절망밖에 보이지 않던 시절 한국인들은 허리를 졸라매고 다시 일어서 지금 세계 교역 규모 9위라는 기적을 일궈냈다. 그렇게 된 것은 물론 한국인의 타고난 끈기와 근면함, 교육열 등 우리의 공도 컸지만 어려운 시절 우리를 도와준 외국의 원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장 내일 먹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그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태반이 굶어죽었을 것이다.
지금 세계 금융 위기로 경제가 어렵다고는 하나 그 당시 상황과 비교할 수는 없다. 오바마 대통령도 만사를 제쳐두고 아이티 돕기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고 한국도 신속한 원조를 결정했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도 따뜻한 온정의 손길을 보태야겠다. 많을 필요도 없다. 각자 형편이 되는 대로 십시일반 모인 돈은 아이티 인들에게는 바로 생명의 손길과 다름없다. 본보가 펼치고 있는 아이티 난민 구호 사업에 많은 한인들의 동참을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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