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우리에게 넘어와 있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만 하면, 장소와 때를 가리지 말고 남북정상회담을 해야 한다.”
방미 중인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현 경남대 총장)은 29일 본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남북정상회담이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핵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에 적극적인 추진을 주문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인 2000년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인 박 전 장관은 “일부에서는 회담 장소로 서울이나 제주를 거론하고 있으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며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선 장소와 시기에 구애받아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연내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한데 대해 “핵문제 해결 뒤에는 너무 늦고 6자회담에 북한이 복귀한 후 정상회담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며 “원자바오 총리 방북 후 중국-북한 간에 복귀를 둘러싸고 물밑 접촉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올 봄 안에 북한이 6자회담으로 돌아올 것으로 본다.”고 말해 연내 정상회담 성사에 무게를 뒀다.
박 전 장관은 “동서독은 첫 정상회담 후 통일까지 20년 동안 9차례나 회담을 가졌다”면서 “정부 실무자들이 만나는 것보다 양측 지도자들이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게 관계 개선이나 북핵 문제 해결에 유익하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대결국면으로 치달은 남북관계도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보다 상호 ‘배움의 시간’으로 규정했다.
그는 “북한은 지난 10년의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보수정부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공부했을 것이고 남한은 힘으로 무조건 밀어붙일 때가 아니는 점을 깨우쳤을 것”이라며 “2년간 남북이 서로를 확인한 만큼 통일의 길을 닦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북한의 미-북간 평화협정 체결 주장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북핵 문제 해결 없는 평화협정 체결은 현실성이 없다”며 “6자회담에서 북핵문제 해결이 마무리 단계에 가야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전 통일부장관은 마지막으로 동서독의 통일 사례를 들어 미주동포들의 평화통일 기여에 대한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통일 당시 동서독의 국민소득 차는 3대 1이었으나 통일 후 19년 동안 독일 정부는 동독 지역에 3천500조원을 쏟아부었다”며 “현재 남북한 소득차가 40대 1인만큼 통일은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의 통일은 대량 탈북 등 비극과 혼란을 초래한다”며 “남북 경제력을 더 키워야 덜 위험한 평화통일의 길을 걸을 수 있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화해, 협력을 활성화하고 남북 경제력을 쌓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규 전 장관은 북한대학원대학교 우드로 윌슨 센터와 공동으로 29일 워싱턴 DC의 우드로 윌슨 센터에서 개최한 제1차 워싱턴포럼을 위해 방미했다. 이번 회의에는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 조셉 디트라니 국가정보국(DNI) 북한 담당관 등이 참석해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주제로 심도 깊은 토론을 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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