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다보면 예상치 못했던 부정적인 변수도 등장하기 마련이지만 원래 계획했던 순기능은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될 것이다.
한인타운 공원 건립안이 LA 10지구 허브 웨슨 시의원의 느닷없는 반대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라는 속담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보도에 의하면 윌셔와 호바트가 만나는 지점에 공원 건립을 추진해온 사람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 커뮤니티 구성원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해왔으며 공원의 세부계획 및 안전장치까지 마련해왔다.
그런데 웨슨 시의원측은 첫째, 안전상의 문제를 이유로 둘째, 커뮤니티 일부 인사들의 반대를 이유로 윌셔 호바트 공원 프로젝트에 제동을 걸었다. 공원 프로젝트가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한 것이 작년 11월 경이었으니 실무 차원에서의 작업은 그보다 훨씬 이전에 시작되었을 터인데 그동안 일언반구 관심조차 표명하지 않던 웨슨 시의원측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반대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궁색하기 그지없는 느닷없는 핑계에 불과하다.
우선 웨슨 시의원측이 말하는 안전상의 이유에 대해 살펴보자. 공원이 설립되면 부랑자 및 노숙자들이 증가한다는 게 이들의 논거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백보 양보하더라도 이른바 ‘구더기’에 지나지 않는 부차적인 걱정거리일 뿐이다. 물론 공원이 세워지면 노숙자들이 자연스럽게 몰려들 수도 있고 이에 따른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대책을 세워 해결할 성질에 지나지 않는다.
나아가 공원 설립 예정 지역들 가운데 유독 윌셔 호바트 프로젝트만 제외되었다고 한다. 웨슨 시의원측의 논리대로라면 다른 공원 설립 예정 지역들은 조만간 부랑자와 노숙자들로 넘쳐나는 흉물스러운 곳으로 변질될텐 데 왜 동일한 안전 담론을 적용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웨슨 시의원이 안전 문제를 제기하고 나왔으니 내친김에 그가 웨스턴 애비뉴 맥도날드 옆 공터에 모이는 한인 노인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차량들이 늘 오고가는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이는 이들 노인이야말로 안전 대책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윌셔 호바트 공원은 이들 노인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공간이다.
웨슨 시의원이 말하는 커뮤니티 일부 인사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이들의 발언이 시의원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모양이다. 윌셔 호바트 공원 프로젝트는 한인만의 프로젝트도, 라티노만의 프로젝트도 아니고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염원해온 희망이다. 이를 몇몇 인사들의 의견을 근거로 반대한다는 것은 커뮤니티 대다수의 의견 수렴을 무시하겠다는 비민주적인 행태에 다름없다.
웨슨 시의원측은 인구 밀집과 과잉 개발로 허덕이는 한인타운에 필요한 것은 녹색 공간임을 알아야 한다. 이를 당장의 세수 확보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식으로만 파악한다면 문제가 있다. 공원은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 일조할 것이며 세금으로 환원될 수 없는 막대한 무형의 환경적 경제적 가치를 안겨줄 것이다. 웨슨 시의원은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찬행 / LA 우리문화 나눔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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