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노당 산하 새 세상연구소(소장 최규엽)는 2009년 여름 유럽동포 자녀 19명을 초청하여 14일 동안 한국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당시 민노당은 이들을 진보당 당수였던 조봉암의 생가, 서울 서대문 형무소, 광주 5.18 국립묘역, 용산 미군기지 등에 안내하여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면만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균형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한국사회는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급속한 변화를 겪은 만큼 해외 동포 자녀들에게 그 최신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한국을 이해시키는 데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새 세상연구소는 이 사업의 연장선에서 지난달 15일부터 2주간 민노당 한국 당원의 자녀들 17명이 프랑스와 독일을 방문하는 행사를 시작하였다. 민노당은 이번 유럽투어의 취지로 유럽 복지국가의 교육과 문화 예술 제도와 시스템, 생태환경 문제의 접근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에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생가 및 1871년의 프랑스 파리 꼬뮨 현장 방문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때 청소년들의 교육을 담당할 민노당 관계자들이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할지 의심스럽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은 일찍부터 마르크스의 폭력 혁명론과 프롤레타리아 독재주의와 선을 긋고 의회주의와 보편적 민주주의를 택하여 왔다. 특히 이미 20년전 소련·동구의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진 후 사회주의 추구는 시대착오임이 명백해졌다. 이런 자명하고도 상식에 속하는 내용 대신 마르크스주의의 유효성을 주입한다면 왜곡된 정보제공이 아닐 수 없다. 예컨대 프랑스 공산당은 끝까지 친소노선을 고집하여 소련 붕괴 후 정치적으로 고립되었다는 사실 등이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2003년 나는 한국의 진보인사들도 포함된 30여명 일행과 함께 프랑스 사민당을 방문하여 당 간부들과 토론할 기회를 가졌다. 이때 한 진보인사가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대해 질문을 하자 사민당 관계자는 후세인 정권의 폭압성에 대해 비판해 반미적 답변을 기대한 사람들이 무척 당황해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처럼 한국 진보세력은 유럽의 사민주의에 대한 아전인수적 이해에 매우 익숙하다.
민노당은 상당기간 유럽의 사민주의를 모델로 삼아왔는데 과연 제대로 배울 것을 배우고 있는지 따져 보고 싶다. 우선 유럽의 사민주의 정당들은 예외 없이 북한정권과 체제에 대해 비판적이며 북한인권 개선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민노당은 북한 인권에 대한 조그만 관심은커녕 ‘종북주의’라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북한체제 비판을 금기시하고 있다. 또한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도 민노당과 유럽 사민주의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편차가 크다.
유럽의 사민주의는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전 수상의 제3의 길 채택을 계기로 중도 실용을 강화해왔다. 반면 민노당은 여전히 현실주의와는 거리가 먼 교조적 노선을 고집하고 있다.
민노당의 강기갑 대표는 지난해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의 대안 모델로 베네수엘라와 쿠바를 언급하였다. 석유로 벌어들인 돈으로 뒤늦게 사회주의 흉내를 내는 베네수엘라와 사회주의 체제의 마지막 유물로 남아 있는 쿠바 모델을 가지고 한국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했는지 의문이 든다.
홍진표 / 시대정신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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