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경제 상황이 말이 아니다. 지난해의 경기가 최악이라고 했지만 올해는 그보다 더 나쁜 것 같다. 먹는 장사는 그래도 좀 낫다고 했으나 옛날이야기이고 지금은 무슨 업종 가리지 않고 모두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동안 잘 나가던 상점에 가 봐도 하나 같이 썰렁한 분위기이다. 식당뿐만 아니라 마켓, 리커스토어, 세탁소, 선물가게 등 매상이 20~30% 준 가게는 그나마 양호한 편에 속하고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곳도 수두룩하다. 임대건물에 빈 상점들이 늘어가고 폐업을 고려하는 업주도 상당수이다.
고용시장도 사정이 비슷해서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건수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으며 심지어 교회마저 헌금이 줄어 축소 예산을 편성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뉴욕증시가 하락세에서 벗어나고 각종 경기지표도 향상되고 있다고 떠들고 있지만 막상 실물경제는 계속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은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버팀목인데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정말로 더블딥이 오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지금은 세금보고 시즌이다. 경제사정이 나빠지면 어느 때보다 세금을 내지 않거나 줄이려는 강한 유혹을 받게 된다. 어떤 납세자가 생활하기도 힘 드는데 즐겨 세금을 내려고 하겠는가?
하지만 세금 포탈은 법적으로 정당치 못한 것을 떠나 납세자에게도 상당한 불이익이 잠복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첫째로 세무감사의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불경기에는 세무당국이 좀 봐줄 것 같고 감사도 느슨해 질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납세자의 탈루 현상을 원천 봉쇄하기 위하여 더욱 감시의 눈초리를 강화하고 있다. 세금 좀 덜 내려다가 공연히 더 큰 화를 자초하지 말고 미리 조심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보다 중요한 사항인데 세금을 덜 낼수록 그만큼 은퇴 후 받게 되는 사회보장 수혜금(SSA)이 적어진다는 점이다. 아직도 일할 나이에 있는 한인 동포 가운데 노후대책을 웰페어(SSI) 같은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하루 빨리 그런 환상에서 벗어나 부지런히 세금을 납부하도록 권하고 싶다.
미국 경제가 나빠질수록 정부 보조금이 삭감되는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실례로 캘리포니아의 웰페어 지급액이 미국에서 제일 높은데 지난해 대비 월 100달러 이상 줄어들고 여러 혜택도 계속 축소 내지 폐지되고 있다.
미국 은퇴자의 가장 큰 수입원은 뭐니 해도 사회보장 수혜금으로 현재 65세의 사람들은 평균 83세까지 살고 네 명 중 한 명은 90세까지 살 것을 감안한다면 가장 안전하고 든든한 노후대책은 부지런히 세금을 쌓아가는 것이다. 현재 만기 은퇴연령은 38년도 출생부터 매년 2개월씩 미뤄져 43~54년생은 66세, 60년생은 67세에 만기 은퇴연령에 도달하게 된다.
은퇴 후 받는 사회보장 수혜금은 얼마나 오래 그리고 많이 세금을 냈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미국인들의 평균 수혜액은 월 1,000달러로 62세에 조기수령 한다면 25% 줄어든 750달러, 반대로 수령을 늦추면 해마다 늘어나서 70세에는 1,320달러를 받을 수 있다.
일하는 사람은 여러 제한규정 관계로 만기 은퇴연령에 도달할 때까지 받지 않는 것이 좋으나 더 받으려고 굳이 만기 은퇴연령 이후까지 수령하지 않는 것도 썩 좋은 방법은 아니다. 돈을 쌓아 놓기란 쉽지 않고 은퇴는 누구에게도 눈 깜빡할 사이에 찾아온다.
조만연 / 수필가·회계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