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스프(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란 말이 요즘 잘 들리지 않는다. 미국 사회를 말한다. 미국의 정치를 파헤친다. 그러면 거의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언급됐던 게 와스프였다.
백인 남성 지배력의 원천이자 상징이었던 이 와스프란 말은 다문화시대를 맞아, 특히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 탄생 이후 어딘지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
이 와스프와 대칭 관계에 있다고 할까, 그런 용어가 레드 넥(red neck)이다. 남부와 애팔래치아 산맥근처 지대에 살고 있는 백인 농부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뙤약볕에서 너무 오래 일을 하다 보니 목이 빨개졌다는 데서 비롯됐다.
백인이다. 그러나 앵글로색슨계로는 분류되지 않는다. 이들 중 많은 숫자는 스코틀랜드계 아일랜드인들이다. 교육수준이 낮은 편이고, 대체로가 블루칼라 계층이다. 한마디로 서민층이다.
와스프든, 레드 넥이든 계층별 분류는 그렇다고 치고, 이들 백인 유권층은 선거에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절대 다수를 형성하고 있다. 때문에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백인, 그중에서도 백인 남성의 표심은 풍향계 역할을 하게 마련이다.
관련해 이코노미스트지가 주목을 끄는 기사를 게재했다. 한때 60%가 넘었던 백인 유권자들의 오바마 지지율이 40%를 유지하기도 힘들 정도가 됐다. 이 같은 지지율급락에 혹시 인종차별주의적인 요소는 없는가 하는 것이었다.
아주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보다는 오바마 대통령이 펼쳐온 정책, 그리고 또 그가 회피해온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그 원인인 것으로 밝혔다.
실업률이 10%가 넘었다. 그 피해가 가장 큰 업계는 가장 남성적인 업종인 건설업계로, 블루칼라 근로자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 같은 경제난이 백인 남성 유권자들이 오바마로 부터 등을 돌린 우선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전쟁에서도 절대 다수의 백인 남성 유권자들은 오바마와 각을 세우고 있다. 그 한 케이스가 총기소유권 문제다. 2008년에는 51%만 지지했으나 2009년에는 64%로 껑충 늘었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백인 남성 유권자들은 화가 나있다. 거기서 비롯된 반발심이 계속 확산, 그 결과 나타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말하자면 오바마 집권이후 백인 남성들은 더 보수 성향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이다.
백인 남성들이 화가 났다. 그 결과 정치판이 뒤집어졌다. 지난 1994년 중간선거 결과다. 그 때와 비슷한 일이 올해에도 일어날까.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그럴 수도 있다는 전망을 이코노미스트지는 하고 있다. 화가 난 것은 백인 남성뿐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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