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요 시합을 앞두고 있었다. 동아시아 축구대회에서 한국과 맞붙게 된 것이다. 그 경기를 중국 TV들은 외면했다. 99% 질 것이 확실하다는데 생각에서였다.
결과는 3:0 중국의 대승이었다. 전 중국이 난리가 났다. 한 번도 한국을 이긴 적이 없다. 그 한국을 대파하다니. 그리고 이내 TV방송국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모처럼의 공한증(恐韓症) 타파 기회를 날려 보낸 죄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전 중국의 TV방송매체란 매체는 모두 몰려들었다. 상하이에서 열린 농심라면배 세계바둑 최강전 최종 라운드 대국을 생중계하기 위해서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최정예 프로기사들이 출전해 단체전을 통해 자국의 명예를 걸고 승부를 펼치는 이 대회는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바둑대회다. 거기다가 다른 계산도 작용해서다. 이번에야 말로 공한증을 확실히 날려 버릴 기회라는.
승발전 형식인 이 대회 최종 라운드에는 3명의 중국의 정상급 기사가 버티고 있었다. 한국 기사는 단 한 명뿐. 이미 전성기는 간 ‘서산(西山)의 지는 해’로 여겨지는 이창호만 외롭게 남아 있었던 것. 그러니 중국 우승은 기정사실이라는 분위기였었다.
첫 대국은 이창호 대 류싱. 이창호의 불계승으로 끝났다. 다음 타자는 구리, 그 역시 이창호 앞에서 주저앉았다. 마지막 상대는 창하오. 초반은 창하오 페이스. 그 불리한 바둑을 이창호는 그러나 역전시켰다. 중국이 자랑하는 최정예 3인방이 모두 무너진 것이다.
“이런 제기랄, 셋이 하나를 당하지 못하다니.” 지난 주말 끝난 농심라면배 대회가 이창호의 3연승과 함께 한국 우승으로 끝나자 현장을 취재하던 한 중국기자가 내뱉은 말이라고 한다.
류사명 중국기원 원장은 공개사과까지 했다. 바둑 팬은 물론이고 바둑을 모르는 시청자들에게도 중국 우승이라는 감동을 선사하고 싶었다. 그 계산이 엇나갔다. 그리고 ‘이번에만은…’하던 바둑 팬들의 기대가 극도의 실망으로 변했다. 그에 대한 일종의 사죄였던 셈이다.
새삼 돋보이는 것은 이창호의 존재감이다. 바둑도 전성기가 있다. 요즘은 더구나 그 전성기가 빠르다. 30만 넘으면 성적이 떨어진다. 그런데 이제는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그가 대기록을 세운 것이다.
또 하나는 13억 중국인들에게 아주 선명한 인상을 심어주었다는 사실이다. 걸핏하면 한국을 비하하려드는 게 중국의 네티즌들이다. 이창호에 관한 한 그런 비하의 댓글을 거의 찾을 수 없다.
바둑만 9단이 아니다. 공인으로서의 행동거지가 아주 반듯하다. 9단 수준이다. 그러니 중국인들도 그런 이창호에게 깍듯한 예의를 차리는 것이다. 이창호의 대기록 장정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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