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행복’은 1965년 아녜스 바르다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로 중학교때인가 고등학교때 티브이에서 딱 한번 방영했을뿐 이었다. 행복하고 소박해 보이는 한 가족 그리고 그 가족에게 찾아 온 남편의 새로운 사랑. 행복해 보이기만 하는 이 가족은 공원으로 피크닉을 가고, 아내의 무릎을 베고 누워 남편은 새로운 사랑을 고백한다. 그리고 남편에게 행복하냐고 묻던 아내는 호수에 자신의 목숨을 맞긴다. 영화는 다시 한번 그 공원의 호숫가에 놀러온 가족을 보여준다. 아내의 자리만 단지 새로운 사랑으로 바뀌어 있을뿐.
아직은 어렸던 나에게 그 영화의 내용은 꽤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아직은 사춘기였던, 영원한 사랑에 대한 환상이 있던 그때, 사랑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고 같은 자리에서 다른 사람과 다시 같은 모습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잔인하게 느껴졌다.
다시 보면 그 영화는 어떻게 읽힐까. 최근에 베티 블루란 영화를 다시 본 적이 있다. 20대에는 사랑때문에 서서히 미쳐가는 베티가 보였는데 지금은 미친 여자에게 잘못 걸려든 남자 주인공이 보였다. 아들 녀석이 읽는 것을 보고 다시 읽기를 시도했던 ‘호밀밭의 파수꾼’도 도대체 왜 이 책에 그리 감동을 받았을까 싶을 정도로 반항만을 일삼는 주인공 녀석이 괘씸해서 읽다가 중단해 버렸다.
지금 다시 그 영화 ‘행복’을 본다면 호숫가를 뛰노는 두 아이들이 먼저 읽힐 것 같다. 저 아이들의 상처는 어떻게할 것인가. 행복하냐고 묻는 아내에게 그렇다고 대답했던 이기적인 남편. 그리고 어쩌면 그 영화는 영원한 사랑이 없다는 메세지뿐만 아니라 행복이라는 이름 아래 도사리고 있는 깨지기 쉬운 감정들과 인간의 추한 이기심을 보여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와 등교길에 음악을 들으며 행복하다란 생각이 들었다. 사춘기에 접어 들어 모든 것에 불만인 아들 녀석도, 그런 아들을 바라 보며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는 나도, 그 순간만큼은 음악을 함께 나누며 행복했다. 비록 그 행복이 영원하진 않더라도 그 순간의 기억은 오래 남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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