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한은행의 증자 성공과 함께 봄바람이 불 것 같던 LA 한인 은행가가 꽃샘추위를 만났다. 증자에 성공해 회생의 길이 열릴 것처럼 보이던 IB 은행이 당국의 폐쇄 조치로 문을 닫고 만 것이다. 다행히 중앙은행이 인수해 예금주나 대출 비즈니스 모두 별 불편은 없게 됐으나 상당 부분 업무가 기존 중앙은행 지점과 중복되는 다운타운 쪽 직원들은 일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이들 일자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은행에 이어 IB가 사라짐으로써 여타 군소 은행들의 장래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는 점이다. 경영 상태로 보면 미래가 최악이었고 IB가 그 다음이었다. 단지 차이는 IB는 증자 명령을 이행했는데도 문을 닫게 됐다는 점이다. 돈은 당국이 은행 업무를 계속할만한 자격이 있느냐를 심사하는 기준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다.
IB는 2000년대 부동산 붐과 함께 군소은행들이 우후죽순처럼 한인 사회에 생겨났을 때 등장한 은행의 하나다. 당시 ‘문만 열면 돈이 들어오던’ 시절 한인 사회에서 돈 좀 번 사람은 너도나도 은행 차리는 것이 붐이었다. 한미은행 등 선발 주자들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대주주들은 천만장자가 됐고 은행 이사 명함은 한인사회에서 성공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보증수표 대접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은행 업무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도 없는 사람들까지 대주주와 이사로 은행업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밀물 때는 모든 배가 뜬다’라는 미국 속담처럼 경기가 좋았을 때는 모든 허물이 가려졌다. 그러다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서 그동안 얼마나 방만하게 부실 경영을 해왔는가가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이번 금융 당국의 결정은 은행은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생명선인 금융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사회적 책임 의식이 없는 사람은 손을 대서는 안 되는 분야임을 알리는 경종이다. 다른 은행들은 자본 견실도는 물론이고 은행 업무에 대한 전문지식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내려는 경영진과 주주들의 일치단결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IB로 전락할 것이다. 미래에 이은 IB의 몰락이 금융업 종사자의 책임과 자격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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