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부시 대통령 때 일이다. 막 이라크를 침공하고 때 이른 승리감에 도취한 부시가 ‘지구의 날’ 행사 연단에 섰다. 기자가 물었다. "점점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 문제는 어떻게 대처하시겠습니까?"
부시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염려 없습니다. 미국은 태양열의 침공을 막기 위해 군대 2만 명을 즉각 파병할 것입니다." 옆에 있던 부통령 딕 체니가 배시시 웃으며 거들었다. "후속조치도 있습니다. 화씨온도계를 섭씨로 싹 바꿔버리면 됩니다"
미국 유머집에 나오는 얘기다. 그런데 지구 엔지니어링(Geo Engineering)의 관점에서 볼 때, 두 사람 말이 완전히 허황된 게 아니다. 왜냐하면 지구온난화를 막는 인위적 기술은 지구 밖에서 태양열을 차단하거나, 지구 안에서 온도를 낮추는 게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방법이 다를 뿐이다.
태양열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거대한 ‘우주거울’을 설치하는 아이디어가 있다. 우주에 햇빛 반사 시설을 설치, 태양 빛만 통과시키고 뜨거운 자외선을 반사하는 것이다. 또 화산재같이 태양광을 막아주는 물질을 성층권에 뿌리거나, 바닷물을 분사, 구름양을 늘이는 ‘구름방패’ 제안도 있다.
반면에 지구온도를 낮추는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대량 흡수하는 것이다. 흡착기를 통하거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광물과 암석, 또는 녹화작업을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걸러 내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이런 인위적 조작이 비록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해도 지구환경에 미칠 악영향이 큰 미지수다. 또 막대한 비용 때문에 실용화되기 까진 길이 멀다. 그러나 올 12월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국제 기후 방지협약에서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2050년까지 1990년의 절반 수준까지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구체적 방안이 서지 않으면 지오 엔지니어링의 실용화가 빨리 시작돼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지난 22일은 지구의 날이었다. 미국의 ‘생명과학(Live Science)지’는 지구 건강진단 10개 항목을 내놓았다. ▲ 북극의 해빙 ▲남극 빙판의 붕괴 ▲오존층 파괴 ▲대양 빈사지역 증가 ▲산호초 위기 ▲삼림의 황폐 ▲식수 고갈 ▲온실가스 증가 ▲멸종위기 동식물 ▲인구팽창 등이 꼽혔다.
북극의 얼음이 녹고, 남극의 만년설이 깨어지는 현상이 이젠 예사가 되었다. 바다오염으로 산소가 고갈, 빈사지역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이산화탄소의 과다로 바닷물이 산성화돼 산호초들도 녹아내린다.
게다가 연간 3,200만 에이커의 삼림이 사라지고, 4만5,000여 생물들이 멸종위기에 놓여있다. 지구는 현재 중환자이다.
그런데 가장 심각한 건 식수원의 고갈이다. 우리가 오염시킨 지구환경 때문에 결국 우리의 목숨까지 위협받게 되었다. 지구의 날은 지구와 사람을 함께 살리자는 생명 캠페인이다. 이날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앞으로 지구의 날에는 하루만이라도 물을 아끼고 차를 안탈 생각을 해 보면 어떨까. 한 포기 화초나 나무를 심으면 어떨까. 자식에게 물려줄 지구를 내 유산처럼 아껴 살면 더욱 좋겠다.
김희봉 / 수필가·환경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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