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점을 찍어보다가 조금 큰 점을 찍은 것 같아요."
영화 ‘방자전’에서 춘향역을 소화한 배우 조여정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영화에서 조연으로 출연하다가 나이 서른에 첫 주연배우 자리를 꿰찬 소감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조여정은 1997년 잡지 모델로 데뷔했다. 이름을 알린 건 ‘뽀뽀뽀’의 뽀미 언니다. 이후 시트콤 ‘나 어때?’(1999)로 데뷔한 그는 ‘남의 속도 모르고’(1999) 등 지금까지 10여편의 드라마에서 활약했다.
영화 출연은 ‘방자전’이 세번째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시켜줘’(2002), ‘흡혈형사 나도열’(2006)에 출연했지만 극을 이끌어갈 정도로 비중있는 역할은 아니었다. 영화에서 주연으로 나오는 건 ‘방자전’이 처음.
조여정은 ‘방자전’에서 방자를 사랑하나 야망 때문에 몽룡을 택하는 ‘춘향’을 맡았다. 방자와 사랑을 나눈 후에는 몽룡이와 맺어지게 해달라며 방자에게 각서까지 쓰게 하는 인물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고지순한 춘향과는 거리가 멀다.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내면의 욕망에 충실한 인물입니다. 솔직하고 당당하게 행동합니다. 순정도 있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결국 모든 걸 다 던지죠. 춘향을 연기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낄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였어요."
‘방자전’은 여러모로 그에게 의미있는 영화다. 첫 주연작이기도 하지만 처음으로 노출연기를 했기 때문이다. 조여정은 김주혁과 밀도 높은 정사장면을 찍었다.
"영화의 맥락상 너무나 자연스러운 장면들이었어요. 전혀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시나리오가 좋은데다가 같이 하는 배우들이 모두 검증된 배우들이잖아요. 감독님의 전작도 좋아하고, 같이 한 류승범, 김주혁 씨도 다 연기가 뛰어난 분이어서 안할 이유가 없었죠."
조여정은 그간 청순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대중에 어필했다.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다고 해도 노출연기가 조금은 겁나지 않았을까.
"대중이 생각하는 이미지에 별로 구애받으며 살지 않았어요. 저는 그저 배우일 뿐입니다. 귀여운 이미지, 혹은 순수한 이미지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런 이미지에 집착했으면 영화를 아마 찍지 않았겠죠. 그저 좋은 작품을 만나서 기쁘고 들떴을 뿐입니다."
그는 4년만에 영화에 다시 도전했다. 드라마는 빨리 촬영이 진행되는 반면 영화는 비교적 천천히 진행된다. 속도와 호흡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오랜만에 하는 영화 연기인데 어렵지 않았을까.
"제가 별로 바쁜 연기자가 아니어서 한번도 휴학을 하지 않고 학교(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할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꾸준히 연극을 했죠. 기본적으로 연기는 무대연기가 기본입니다. 연극을 꾸준히 해온 덕택에 오랜만에 도전했지만 영화연기가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어요."
함께 연기한 류승범에 대해서는 "순간 몰입도와 감각이 매우 뛰어난 연기자"라고 평했고 김주혁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음을 유지하는 연기자"라고 말했다.
자신의 연기는 몇 점 정도 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잠시 머뭇거리며 "80점"이라고 조용히 이야기했다.
그는 작년 대학원에 진학했다. "공부를 좋아해서"라고 이유를 밝힌 조여정은 현장경험을 쌓은 후 기회가 되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공부뿐 아니라 연기에도 욕심많은 조여정은 "앞으로의 행보가 계속 궁금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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