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증된 카피’ 출연
줄리엣 비노쉬의
반체제 영화감독 지지
당국 비위 건드려
이란 문화부은 지난 23일 폐막된 제63회 칸영화제에서 줄리엣 비노쉬가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탄 이란의 베테런 감독 아바스 키아로스타미가 연출한 ‘공증된 카피’(Certified Copy)의 국내 상영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상영 금지의 이유는 비노쉬의 영화에서의 옷차림새 때문. 칸영화제에 참석했던 자바드 샤마크다리 이란 문화부 장관은 “줄리엣 비노쉬가 옷을 좀 잘 입었더라면 영화가 상영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사적인 모임이나 대학에서는 상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증된 카피’는 나쁜 영화는 아니지만 이란 관객들에게 어필할 지는 지극히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의 터스카니 지방의 한 작은 마을이 무대인 ‘공증된 카피’는 강연 차 이 곳에 들른 영국인 작가와 마을에서 미술품 판매상을 경영하는 프랑스 여인 간의 만남을 그린 코미디 터치의 드라마로 언어의 유희 같은 매우 현학적인 영화다. 그러나 비노쉬의 다채롭고 매력적인 연기는 상감이다.
기자는 영화를 칸에서 봤는데 비노쉬의 옷차림새는 우아하면서도 수수할 정도로 평범했다. 이란 당국이 도대체 비노쉬의 옷차림새의 어디가 이상하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 영화가 이란에서 상영 금지조치를 받은 진짜 이유는 비노쉬가 수상 소감 발표 때 당시 이란 옥중에 구금 중이던 이란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49)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나와 TV 화면을 통해 전 세계로 방영됐기 때문이다.
이란 영화계의 선구자 중 하나로 칸영화제 황금 카메라 수상작인 그의 데뷔영화 ‘하얀 풍선’을 비롯해 ‘서클’ ‘진홍 황금’ 및 ‘오프사이드‘ 등 은근히 이란 사회를 비판하는 영화들을 만든 파나히는 현 이란 대통령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의 정적인 미르 호세인 무사비의 지지자.
파나히는 지난 3월1일 자택에서 가족과 동료 영화인들과 함께 체포됐는데 파나히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곧 석방됐다. 파나히가 체포된 이유는 그가 지난해 6월 있은 이란 총선에서 아마디네자드가 당선된 것은 부정선거에 의한 것이라며 당선 취소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대규모 시위과정을 영화로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다.
파나히는 지난해 9월에는 이 시위에 참가한 죄로 출국금지 조치를 당해 지난 2월 베를린 영화제의 이란 영화 패널토론에 참가하지 못했다.
파나히는 이번 칸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초청됐지만 참석을 못했는데 영화제에 참석한 국제 영화인들은 파나히를 석방하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었다. 이런 항의와 비노쉬의 극적인 제스처가 이란 당국의 비위를 건드려 ‘공증된 카피’ 상영 금지조치가 내려지게 된 것.
이런 국제적 압력에 굴복해 이란 당국은 지난 25일 단식투쟁 중이던 파나히를 보석금 20만달러를 내게 한 뒤 석방했는데 그는 국가보안을 위험케 한 혐의로 혁명재판소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박흥진 편집위원>
자파르 파나히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자 줄리엣 비노쉬가 수상 후 자파르 파나히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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