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그램에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공중파와 케이블 채널을 불문하고 집단 여성 MC 체제를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
‘무한도전’과 ‘1박2일’ ‘남자의 자격’ 등 남성 버라이어티쇼가 지배하는 예능계의 판도에 이들이 새 바람을 몰고올 지 주목된다.
16일 케이블 엔터테인먼트 채널 QTV에 따르면 여성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여자만세’가 이달 말 방송을 앞두고 제작에 한창이다.
‘개그계의 대모’ 이경실을 필두로 김신영, 정선희, 간미연, 정시아, 고은미, 전세홍 등 7명의 여자 연예인이 공동 MC를 맡아 각종 미션에 도전할 계획이다.
MBC는 여성 정보 버라이어티 ‘원더우먼-여자가 세상을 바꾼다’를 신설, 지난 11일부터 매주 금요일 저녁 방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여성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방송인 현영과 뮤지컬 배우 홍지민, 탤런트 홍은희 등 5명의 여성 연예인들이 매주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KBS 2TV는 작년 10월부터 걸그룹 멤버들의 농촌 생활을 담은 ‘청춘불패’를 방영하고 있고 2007년 시작한 케이블 채널 MBC 에브리원의 ‘무한걸스’ 시리즈는 이미 대표적인 여성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케이블 KBS JOY도 ‘미녀들의 1박2일’을 작년 11월부터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그간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운 예능 프로들의 성적이 썩 좋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신설 프로들의 자리매김은 쉽지 않아 보인다.
1세대 여성 버라이어티격인 ‘무한걸스’는 작년말 시작한 시즌 2가 시즌 1보다 재미가 덜하다는 평가 속에 시청률도 떨어졌다.
금요일 밤 방송되는 ‘청춘불패’는 8~9%의 시청률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지만 SBS 경쟁프로그램 ‘스타부부쇼 자기야’에는 다소 밀리는 양상이다.
‘맞선 리얼리티쇼’를 내세운 SBS ‘골드미스가 간다’는 한때 15%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으나 장윤정과 예지원 등 일부 멤버들의 교체 후 시청률 부진에 시달리다 이달 초 막을 내렸다.
여성 버라이어티쇼의 부진 이유로는 무엇보다 재미가 덜했다는 분석이 많다. 여성이라는 콘셉트에 의존하다 보니 버라이어티쇼로 제대로 구성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문화평론가 탁현민씨는 "MC들이 여성이냐 남성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예능 프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미"라며 "단순히 ‘여성들이 망가져서 웃긴다’는 접근은 안일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남성 버라이어티의 여성 버전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작 당시 ‘무한도전’의 여성판을 전면에 내세우며 제목에서부터 ‘무한도전’을 대놓고 패러디한 ‘무한걸스’는 방송 초기 ‘무한도전’의 인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려 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미녀들의 1박2일’ 역시 제목에서부터 내용까지 ‘1박2일’과 빼닮았다.
방영을 앞둔 ‘여자만세’는 ‘더 늙기 전에 도전해야 할 101가지 일’을 콘셉트로 내세웠다. ‘남자의 자격’의 콘셉트 ‘죽기전에 해야 할 101가지’를 자연히 떠올리게 된다.
QTV 관계자는 "프로그램 소개가 나간 뒤 ‘남자의 자격’과 자주 비교되고 있지만 실제 내용은 다르다"며 "앞으로 방송을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여성 예능프로의 성공을 위해서는 여성 콘셉트에 의존하기 보다는 프로그램 자체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시급해 보인다.
탁현민씨는 "시청자들이 바라는 것은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완결성을 갖추는 것"이라며 "여성 버라이어티는 재미라는 예능 프로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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