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평범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사건이 있었다.
사소할 수도 있었고, 개인적일 수도, 그대로 묻혀 버릴 수도 있었던 이 사건이 민족의 운명과 역사를 바꿔버리는 엄청난 사건으로 커져버린다.
이 사건의 재판이 진행되는 12년 동안 프랑스사회는 극단적으로 양분화되어 국력이 소진되고, 정치적 추문사건으로 기록되었지만 도덕과 윤리, 진실의 소중함이 역사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갖게 하는지를 세기를 달리해 가면서까지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음이 분명하다.
프랑스 육군대위였던 유대인 알프레드 드레퓌스는 1894년 소령인 에스테라지라는 간첩이 쓴 문건으로 인하여 반역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종신형을 선고받고, 프랑스령 기아나의 악마섬으로 유배당한다.
드레퓌스는 잘못된 증거 자료 때문에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사실 드레퓌스는 무죄였다. 정보 유출에 사용된 문건에서 발견된 암호명 ‘D,’ 이에 따라 유태계 장교 알프레드 드레퓌스를 그 이름의 첫 글자가 암호와 일치한다는 이유로 간첩으로 지목했다.
지금의 독일과 프랑스가 19세기말에 20여년간 보불전쟁을 치루고 프랑스가 패하자 그 패배의 명분을 찾던 중 수구적 민족주의에 편승해 드레퓌스를 간첩으로 몰고 간 것이다. 당시 군은 그들의 실수를 덮으려고 사실을 은폐했으며, 가톨릭교회와 보수주의 언론들도 드레퓌스 사건을 침소봉대하여 유대인들을 비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2년 뒤, 참모본부 정보국에서 일하던 피카르 중령이 우연한 기회에 진짜 간첩 에스테라지를 적발하게 되었다.
그는 참모본부 상부에 이 사실을 알리며 드레퓌스의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진범은 무죄로 풀려나고 피카르는 군사기밀 누설죄로 체포된다.
그 때 증거자료를 몰래 복사해서 실어 낸 어느 한 신문에 의해 드레퓌스 사건이 세상에 공개된다. 하지만 가장 곤란한 상대는 진범인 에스테라지 본인이었다. 그는 이런저런 거짓말을 늘어놓고 다녔고, 놀랍게도 참모본부는 그의 거짓말을 눈감아주었다.
작가 에밀 졸라는 1898년 1월 13일 문학 신문 로로르에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으로 대통령 펠릭스 포르에게 보내는 유명한 공개 편지를 기고함으로써 일반 사회에 그 사건을 폭로한다(에밀은 군법회의를 중상모략했다는 이유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항소 중에 영국으로 망명했다가 1899년에 귀국한다).
이 밖에도 여러 지식인과 신문사 르 피가로 등이 에스테라지 범인설을 주장했지만 대부분 언론들은 반유대주의 감정 때문에 ‘드레퓌스를 죽여라’는 등의 폭언을 일삼았다.
에밀 졸라를 비롯하여 앙리 푸앵카레, 장 조레스 등등의 수많은 진보적인 지식인들은 프랑스 군부와 정부에 대한 비판과 아울러, 세계 언론을 통해 프랑스는 외교적인 부담이 가중되기에 이른다.
마침내 지식인들의 끈질긴 요구에 의해 1904년에 재심이 청구되었고 1906년에 드레퓌스의 무죄가 선고되어 모든 혐의를 벗고 복권되었다. 체포된 지 12년이 지나고 나서야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
드레퓌스가 재판을 받고 있는 동안의 프랑스에서는 진실을 말하려는 자들은 모두 다 분파주의자요, 간첩이요, 국기를 문란시키고 적을 이롭게 하려는 반 애국자가 되어야만 했다. 단합해서 간첩하나 없애버리자는 데 무슨 이론이 있을 수가 있으며, 애국 언론과 정부를 믿지 못하는 그들은 정체를 밝히고, 프랑스를 떠나라고까지 했다.
일상의 어느 개인이 드레퓌스 사건의 존재가치나 인식의 차이는 그다지 중요하지가 않다. 그런데, 언제든지, 누구든지 드레퓌스가 될 수도 있는 사회라면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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