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동성애자라서 무시당하는 거에요. 지난 10년간 무시당하지 않고 살아남으려고 독하게 버텼어요."
방송인 홍석천(39)이 28일 저녁 용산 주한미국대사관 자료정보센터에서 열린 동성애자 인권 간담회에 참석해 2000년 커밍아웃을 하게 된 계기와 이후의 변화, 향후 계획에 대해 털어놨다.
‘국내 커밍아웃 연예인 1호’인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에서 동성애자가 인정받으려면 이성애자보다 10배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제가 지금 불면증에 워커홀릭(일 중독자) 증세가 있어요. 잠 안자고 일하는 게 익숙해졌습니다. 한국에서는 동성애자가 이성애자와 똑같이 살아서는 인정 받기 어려워요."
인권단체와 주한미국대사관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대통령 선언문을 통해 6월을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의 달’로 정한 것과 관련, 주한미대사관내 동성애자 모임(GLIFAA) 주최로 마련됐다.
GLIFAA는 외교관 4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석천은 "커밍아웃 전에는 게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고 숨기고 싶었다"며 "그렇지만 네덜란드인 남자친구와 3년 정도 사귀면서 게이임이 자랑스럽고 나 역시 아름다운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아 그 친구와 헤어진 후 커밍아웃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홍석천은 국내 연예인으로는 최초로 2000년 9월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히며 ‘커밍아웃’한 뒤 사회적 논란 속에 모든 방송 출연에서 하차하는 등 한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다.
당시 그는 한국에서 사는 것이 너무 공포스러웠다고 털어놨다.
"부당해고와 관련해 변호사를 찾아가 자문을 받기도 했어요. 변호사가 소송을 하라고 했지만 당시 동성애라는 것이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예민한 문제임을 잘 알고 있었고 함께 일했던 방송국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어요."
이후 홍석천은 사업가로 성공하고 방송에도 복귀하면서 성적 소수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회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왜 커밍아웃을 했냐는 질문에 행복해지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가끔 나이를 묻는 질문에는 10살이라고 대답한다고 했다. 10년전 커밍아웃을 통해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 한번도 커밍아웃을 후회한 적이 없어요. 거짓말을 안해도 되니까 너무 행복했습니다.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커밍아웃이었어요. 10년전 똑같은 기회가 주어지면 다시 할 겁니다."
그는 한국의 성적 소수자들이 주어진 인권을 누리고 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근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나 다른 미디어들을 보면 일반 국민들의 시각이 많이 열려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렇지만 아직 정부 차원에서 발전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정부가 직장에서 동성애로 인한 차별 행위를 금지하고 동성애자 인권 단체들을 지원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는 "정치하는 분들께서 마음을 열어주셨으면 좋겠지만 정 안되면 나라도 정치에 발 벗고 나서볼까 생각 중"이라며 "손가락질에 단련된 사람이라 꿋꿋이 잘 견딜 수 있다"며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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