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찍어야 하는 시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한테는 공부죠. 역할이 확확 바뀌는 게 쉽지는 않지만, 지금은 ‘빡세게’ 해야 할 시기죠."
지난달 24일 개봉한 영화 ‘맨발의 꿈’에서 외교관 박인기 역으로 나오는 고창석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김태균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 ‘이런 평범한 역 처음 해보지?’ 그랬다"면서 "이제까지 역할은 강하고 세게 웃기는 게 많았는데 가만히 있으면서 김원광과 아이들을 도와주는 역이 오히려 힘들었다"고 웃었다.
고창석이 영화에서 맡은 외교관은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팀을 만들어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김원광(박희순)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인물이다.
"스태프나 박희순 씨에 비해 상대적으로 편했는데 나중에는 촬영 없는 날 시간이 안 가서 죽을 것 같더라고요. 숙소가 이중 삼중 철조망에 둘러싸여 밖에 나가기도 불안했고요."
아직 그의 이름을 아는 관객은 많지 않지만 올해 40세인 그의 연기 경력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치면 20년이 넘는다. 부산외국어대 일본어과에 들어간 그는 탈춤 동아리에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학생운동에 빠져들었고 부총학생회장까지 지냈다.
그는 이후 민중가요 노래패 활동을 하다 28세에 서울예대 연극과에 들어갔고 이후 대학로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창단 멤버로 연기를 계속 했다.
낮에는 극단에 갔다가 밤에는 공장을 다니는 배고픈 생활이었다. 그는 고기잡이배를 탔다가 멀미가 나서 하루 만에 그만두기도 했다면서 웃었다.
고창석은 기회가 생기는 대로 오디션을 보면서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서는 송강호를 격리시키는 간호조무사 역할로 대사 한마디 없고 얼굴도 마스크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우소영(김부선)의 남편 역할로 잠깐 나온다.
고창석은 장훈 감독의 영화 2편에서 코믹한 감초 역할을 제대로 하면서 이름을 제대로 알리기 시작했다. 장 감독의 데뷔작 ‘영화는 영화다’에서 봉감독, ‘의형제’에서는 베트남 보스 역을 각각 맡아 얼굴을 알렸다.
"어릴 때는 주인공을 했는데 살이 찌니 악역을 하다, 더 찌니 코미디로 넘어간 것 같아요. 그건 어쩔 수 없죠. 기본적으로 재미있으니 조연으로 알려지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부분이 나올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게 중요하죠.’
그는 "’영화는 영화다’에서의 코믹한 이미지를 보고 연출자가 나를 쓰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최근 찍은 ‘혈투’에서는 코믹한 모습 외의 면모도 보여준다. 연출자들도 저 배우가 단순히 웃긴 코미디 배우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의 연기 영역을 자연스럽게 넓히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고창석은 최근 박희순, 진구와 함께 찍은 사극 영화 ‘혈투’에서 전쟁통에 희생되는 민초를 연기했다. ‘혈투’를 끝내고서는 차태현 주연의 코미디 ‘헬로우 고스트’에서 골초 남자 귀신을 맡아 한창 촬영 중이다.
이후에는 장훈 감독의 ‘고지전’에 출연하기로 했다.
숨돌릴 틈 없이 바쁘게 활동하는 그는 "지금은 영화를 많이 찍어야 할 시기"라면서 "감독이 어떤 요구를 하는지 귀담아 잘 듣고 거기에 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품을 많이 하다 보니 배역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그는 내년부터는 작품을 줄여서 한 작품을 오래 준비할 거라고 했다.
고창석은 인간 냄새가 나는 배우가 되려고 한다. 그는 "코믹한 부분, 악랄한 부분, 처절한 부분, 이런 것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배우가 되는 것"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려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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