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 기후조사팀과 미국 펜 주립대의 마이클 맨 교수 팀은 현재 지구온난화 연구의 양대 축이다. 이들은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온도가 0.74도 C 상승했음을 밝혀냈다. 그리고 지난 1,000년간의 북반구 온도 도표를 작성했다. 이 연구결과는 곧 2007년 유엔 기후변화패널 (IPCC) 보고서에 채택되었고, 쿄토 의정서의 바탕이 되었다.
맨 교수의 1,000년간 지구온도 도표는 "하키 스틱"으로 불린다. 지구 평균온도가 지난 950년간 별 변화가 없다가 금세기 마지막 50년 동안 급상승한 모양이 꼭 하키 스틱 같다는 데 연유한다. 이 도표 모양은 극지방의 빙하 샘플을 체취,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를 추정한 로니 탐슨 박사의 도표와 거의 일치한다. 이 두 그래프는 알 고어의 ‘불편한 진실’에 소개돼 널리 알려졌다.
지구 온도 상승은 잘 알려진 대로, 20세기 중반부터 화석원료 사용과다로 온실가스가 급상승, 복사열의 방출을 막기 때문이라는 게 과학계의 정설이다. 그러나 엑손 모빌 같은 석유재벌을 필두로 일단의 보수 학자들과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이에 반론을 제기해 왔다. 기후 온난화는 심하게 과장됐거나 조작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2009년 11월, 앵글리아 대학 기후조사팀 컴퓨터 파일에 도둑이 들었다. 해커들이 컴퓨터에 저장된 수천 점의 연구서류와 이 메일을 몰래 빼냈다. 그리고 그 문건 속에서 조작의 흔적과 오류가 발견됐다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하키 스틱’ 도표도 속임수를 썼고, 나무들의 나이테에 나타난 온도하강 데이터는 의도적으로 감추었다고 소동을 벌렸다. 보수언론들을 이를 “기후 스캔들 (Climategate)” 로 부르기 시작했다.
영미 기상학계는 5개 조사단을 조직, 조사에 나섰다. 과연 지구온도 변화에 관한 연구가 반대파들의 주장대로 조작, 또는 왜곡되었는지를 면밀히 검토하기 시작했다. 6개월 여의 조사결과가 지난 7월 중순 발표됐다. 데이터처리에 통계상 오류가 발견되긴 했지만 조작의 흔적은 없고, 지난 50년간 기후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결론은 엄연한 사실임이 재확인됐다.
그러나 이 발표는 세인들의 주의를 끌지 못했다. 처음 "기후 스캔들"이라고 발표될 때는 대서특필됐었지만, 이를 반증하는 조사 발표는 미미하게 처리됐다. 그 결과, 기후 온난화가 과장, 왜곡되었다고 믿는 사람들이 미 국민의 48%로 늘어났다고 갤럽조사는 밝히고 있다.
이는 올 여름 연방 상원과 캘리포니아주가 야심차게 준비해 온 기후와 에너지에 관한 법안 상정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국민들의 관심이 식어가는 법안을 정치인들이 서두르지 않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과 대체에너지 개발 등, 지구온난화를 막는 거국적인 노력이 첫걸음부터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최근 유엔의 IPCC 보고서는 21세기에는 지구 평균온도가 1.1도에서 최고 6.4도 C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6도까지 오르면 지구에서 생존이 불가능할 것으로 경고하는 학자들도 있다.
지구의 온실가스를 줄여보자는 교토협정은 현재 187개국이 승인했다. 그러나 옛날 담배논쟁처럼 여론이 둘로 갈려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담배가 해롭다고 100% 판정이 났는데도 실험이 조작됐다고 억지를 부려 최근까지 국민들을 오도해온 터이다. 지구 온난화도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 불과 100년 안에 닥칠 재난에 인간들의 이기심과 안일은 너무 심각하다.
김희봉 / 수필가·환경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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