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의 여러 문학단체가 해마다 개최하는 여름 문학행사가 모두 끝났다. 지난 7월17일 재미시인협회의 ‘여름문학축제’를 시작으로 7월31일 윤동주문학선양회 LA 지회의 ‘민족시인 문학의 밤‘, 8월5일 국제펜클럽 미주지역위원회의 ‘해변문학제’ 그리고 마지막으로 8월14-15일 미주문인협회의 ‘여름문학캠프’가 열렸었다.
그밖에 크고 작은 문학단체들도 나름대로 월례회나 세미나를 통해 회원의 필력 향상과 친목을 도모하였다. 하지만 많은 행사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문인들의 문학적 소양과 자질은 진보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문학단체 또한 상호 연합행사나 교류를 전혀 기대할 수없는 상태에 있다. 이런 병폐가 지속된다면 미주문단은 가까운 장래에 독자로부터 외면당하고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문학단체들은 실제 사업보다 그 홍보에 더 치중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여름 문학행사만 보더라도 그렇다. 문인들이 빡빡한 생활 속에서도 문학모임에 참석하려는 것은 문학기량을 습득하려는 목적일 텐데 초빙 강사는 고작 30~40분, 길어야 한 시간 정도 강의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먹고 놀거나 여행하도록 일정이 잡혀있다. 결국 무늬만 문학 강의일 뿐 알맹이 없는 전시행사로 마치게 된다.
물론 친목도 필요하지만 모처럼 한국에서 모셔온 강사로부터 그런 수박 겉핥기식의 강의를 듣고 나면 시간과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좋은 행사면 어느 단체가 주최하든 상관 말고 참석해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10년 전만하더라도 다른 단체의 모임에 서로 참석하곤 했는데 지금은 소수 ‘정치’문인들의 패거리 조장 탓에 끼리끼리 모일 뿐이다.
이제 등단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풍토가 되어버렸다. 소위 등단 거간꾼이나 3류 문예지를 통해 매달 수백 명의 문인들이 배출되고 있어 등단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문인이 양산되다보니 자연 그 질이 말이 아니게 저하되었다. 또한 이름 모를 상도 많아서 밥상보다 못하거나 오히려 받지 않는 것이 더 영예스런 상도 수두룩하다. 간혹 그런 상을 받고 자랑하는 문인까지 생겨 쓴 웃음을 짓게 만든다. 하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더 어른행세를 하려들기도 한다.
문단의 실태가 이렇다 보니 함께 ‘문인’ 소리 듣기가 부끄럽기도 하다. 지상에 발표된 시와 수필을 읽어보면 때로 시가 무엇인지, 수필은 어떤 것인지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잡문이 많다. 등단은 했지만 작품은 하나도 쓰지 않고 문단 행사에만 재미를 갖고 문인이라는 신분만 즐기려는 허울뿐인 문인들이 너무나 많다.
미주문단에 작품의 정화 역할을 해줄 문학평론가가 없는 것도 큰 문제이다. 몇몇이 있다고 하지만 한두 사람 빼고는 평론가라고 부를만한 수준이 못된다. 그나마 비평은 없고 오로지 칭찬 일변도라서 작가에게 자성보다는 교만을 길러주고 자기도취감에 빠지게 만들뿐이다.
문학의 길에는 끝과 상한선이 없기 때문에 늘 겸손하고 배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병든 미주문단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양식과 실력을 갖춘 젊은 문인들로 수혈하는 길밖에 없다.
조만연 수필가·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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