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된 풍경처럼 그 여자는 두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사막의 햇빛 때문에 수척해진 그녀의 융기한 근육과 굽어진 손목, 이미 육체는 젊음이 사라지고, 누더기 같은 가죽옷 위로 흘러내린 머릿결 위에 입혔던 금박만이 피렌체의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도나텔로(Donatello 1386~1466)의 막달라 마리아, 늘 그녀를 한번 보고 싶었다. 책이나 TV 등을 통해서가 아닌 실제 공간에서 직접 마주하고 싶었다.
생각만 해도 어지러운 감동을 주며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 천재들의 시대, 인간의 고귀함에 대한 재인식, 아름다운 신체를 향한 찬미, 원근법의 발명, 영원을 꿈꾸듯 견고하게 지어진 돌 건축물들, 그 자신만만하고 긍지에 찬 도시 속에서 그녀는 어떤 모습으로 슬픔을 감내하고, 선을 갈망하며 기다리고 있는지를 느끼고 싶었다.
막달라 마리아, 그녀의 존재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헌적 증거는 신약성서뿐이다. 때로는 창녀로, 때로는 귀신 들린 여자로 참담한 세월을 살았다는 그녀는, 예수를 만난 후 회심, 부활한 예수를 제일 먼저 목격한 여인이기도 하다. 그 후 사막으로 가서 혼자 살았다 하는데 성경 속 어떤 인물보다도 속과 성의 양극을 살아서 그런지 많은 예술가들이 그녀를 즐겨 작품의 주제로 다루었다.
티치아노는 속죄보다는 관능적 여인으로, 이탈리아 화가 페루지노는 강인한 자기 절제를 지닌 인간으로, 촛불의 화가 라 트루는 참회하는 처연한 모습으로 묘사하였는데, 난 그 중 특히 마리아의 고뇌와 마음속 상처들이 밖으로 드러난 도나텔로의 사실적인 표현을 좋아한다. 피렌체 출신으로 르네상스 초기에 활약했던 조각가 도나텔로는 브루넬레스키의 건축, 마사초의 회화와 더불어 조각에서 르네상스 양식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이다. 특히 젊은 시절에 제작한 청동 다윗상은 고대 이후 처음 등장한, 실제 사람 크기의 누드상이며, 머리가 잘린 골리앗을 내려다보고 있는 어린 다윗의 균형 잡힌 신체의 비례와 자세, 흐르는 듯이 부드럽고 유연한 청동의 표면처리 등은 르네상스 휴머니즘을 대변하는 걸작임과 동시에, 르네상스 주조기술의 절정을 보여준다. 이상적인 아름다움이라고 하는 추상적 기준에 따라, 젊음이 넘치는 인간의 육체를 범접할 수 없는 위용과 고전적인 격조로 찬미하던 그의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판연히 다른 작품 막달라 마리아는 그의 나이 69세에 제작한 말년의 작품이다.
전 작품을 통해 대리석, 청동, 테라코타 등 온갖 재질을 썼던 그가 이 작품에서는 대리석처럼 오래 가는 재료를 쓰지 않고 상하고 부서지기 쉬운 물질인 나무를 사용한 것도 내게는 인간의 생명에 육박해 오는 어둡고 불안한 삶의 상징적 기호들로 여겨져 큰 울림을 주었다.
나는 이 작품을 실제로 보게 되면, 작품에 대한 좀 더 나은 이해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침묵 속에 서있는 빛바랜 채색 목조상을 통해 본 것은 작품에 대한 이해가 아닌 우리들의 초상이었으니 내가 그 순간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작품을 향한 지적 구성이 아닌 나를 향한 내적 성찰이었다. 진정한 예술적 거장의 노련함이라는 것은 인생의 희비를 뚫어보는 예리한 통찰을 통해 보이지 않는 본질을 포착하는 힘이다 그리고 그 힘이 대가의 장인적 경지와 합쳐질 때 위대한 작품들은 우리의 눈을 열어서 보이지 않던 세계를 보게 하며, 우리를 스스로 성찰하게 하는 사실적인 힘임을 깊이 깨닫게 된다.
<앤드류샤이어 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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