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당거래’ 제작보고회
"다른 사람의 각본으로 작업해보니 영화에 냉정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 처음부터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겠다고 파고들어가면 대사 한 줄에 꽂혀서 어느 순간 좋은지 나쁜지 모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는 냉정하게 작업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류승완 감독은 30일 압구정CGV에서 열린 새 영화 ‘부당거래’의 제작보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류 감독은 데뷔작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를 시작으로 ‘다찌마와 리’(2008)까지 6편을 하면서 모두 자신이 쓴 각본으로 연출했다. 그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당거래’의 각본을 쓴 사람은’악마를 보았다’의 시나리오를 쓴 박훈정씨다. 류 감독은 "나는 꼭 내가 쓴 각본으로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다"면서 "작년에 내가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잘 안될 때 이 각본을 받았다. 처음에는 매력을 못 느껴 고사했다가 몇 달 뒤 수정된 버전을 보고 굉장히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만드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촉수를 뻗는다"면서 "원하던 모든 것을 정리해준 새로운 각본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그런 기회는 흔치 않다"고 설명했다.
‘부당거래’의 줄거리는 이렇다. 온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지만 유력한 용의자가 사망한다. 경찰은 가짜 범인을 만들어 사건을 종결짓기로 하고 광역수사대 에이스 최철기(황정민)는 승진을 보장해준다는 상부의 말에 사기극에 뛰어든다.
그는 스폰서인 건설업자 장석구(유해진)를 이용해 ‘배우’를 세워 사건을 말끔하게 끝내지만, 부동산 업계 큰 손의 후원을 받는 검사 주양(류승범)은 최철기와 장석구의 거래 사실을 알고 최철기에게 또 다른 거래를 제안한다
류 감독은 자신의 동생인 류승범과 황정민, 유해진 등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배우들이 참여한 것에 대해 "내가 개입하지 않아도 연기자들이 능동적으로 했다"면서 "이 영화의 가장 큰 맛은 배우 보는 맛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극 중에 나오는 검사와 스폰서, 경찰관과 스폰서의 관계는 최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검찰 스폰서 사건을 연상시킨다.
류승완 감독은 대본은 스폰서 사건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해에 나왔다면서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면서 사건이 터지기 시작했는데 너무 세지니까 심적 부담감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자리에 앉은 모든 분이 사회생활하면서 부당행위를 하는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영화적으로 표현하려다 보니 더 과장됐지만, 사람을 나쁘게 한 주위 환경이 나쁜 건지, 부당거래를 하는 사람이 나쁜건지를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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