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래식 초대석’ 발간 위진록 전 아나운서
출판기념회 14일 가든 스윗 호텔
올해 초 이렇게 시작되는 편지를 받은 일이 있다.
“저는 사람들이 그저 그들 마음대로 수필가, 원로 방송인이라고 부르고 있으나 클래식 애호가라고 부르는 사람이 없어서 조금은 서운해 하는 82세의 노인입니다”
요즘은 구경도 하기 힘든 400자 원고지에 관록이 묻어나는 달필로 흘려 쓴 편지는 그의 말대로 수필가요, 방송인이며, 극작가로서 한 시대를 풍미한 위진록씨의 것이었다. 그는 버지니아에서 발간되는 잡지 ‘코리아 모니터’에 ‘클래식 초대석’이란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며 잡지를 보내주었는데, 특별한 기대 없이 잡지를 펼쳤던 나는 단박에 그 칼럼에 매료되었다.
위 선생의 성함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글을 읽어보긴 처음이었는데, 그의 글은 재미있는 방송을 듣고 있는 것처럼 쉽고 편하고 감동적이었다. 보통 어렵게 느껴지는 클래식 음악과 작곡가, 연주자들 대한 이야기를 이론이나 해설 같은 건 생략하고 자신이 삶 속에서 느낀 음악, 그의 마음으로 들었던 음악을 개인적 스토리와 곁들여 쓴 글들이라 음악을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잔잔한 감동을 준다. 요즘 흔히 보는 잘난 체와 말장난과 미사여구로 꾸며진 글이 아니라 진지하고 솔직한 글, 격동의 세월을 살아온 한 엘리트의 인생과 경험과 지혜가 녹아 있는 글, 한편으론 우리가 모르는 한국의 클래식 역사의 여러 장면들, 음악가들의 숨은 이야기, 초창기 사정을 알 수 있는 귀한 기록이다.
그렇게 쓴 칼럼들을 모은 책 ‘위진록의 클래식 초대석’(코리아 모니터 발행)이 이번에 나왔다. 2008년부터 2년 동안 쓴 칼럼 중 약 50편을 묶은 이 책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꼭 소장해야 할 책이다.
“사실은 수필집 세 권 쓰는 것보다 힘들었어요. 음악과 연주가에 대한 정보가 많으니 정확해야 잖습니까. 수없이 찾아보고 공부하고 확인하느라 시간이 몇 배나 들었습니다”
전문 음악인도 아니면서 일생을 통해 방송, 신문, 저술 등을 통해 클래식 음악 보급에 힘써온 위진록씨는 12세 때 평양사범학교에서 브라스 밴드에 들어가 바리톤(피스톤 트럼본)을 불면서 음악과 인연을 맺었다. 그 때 이후 음악에 남다른 취미를 갖게 된 그는 19세이던 1947년 KBS 아나운서가 된 후(공립방송 아나운서로는 최연소 기록이란다) 음악 프로는 거의 다 도맡아 진행했다. 당시만 해도 과도기라 모든 것이 어수선하고 서양 음악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드물었으니, 차이코프스키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일조차 어려워하던 아나운서들은 다들 음악 프로를 기피했다고 한다.
그러다 일본으로 건너가 22년 살았는데 오키나와의 유엔군 총사령부 방송에서 그가 제작하고 해설한 프로그램 ‘명곡의 향연’이 KBS 전파를 타고 59년부터 70년까지 10년 이상 방송되면서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다.
“그 방송을 들었다는 사람들을 지금도 만납니다. 머리가 희어진 여성들이 여고생 때 듣곤 하였노라며 아는 체를 해올 땐 감회가 새롭지요. 당시 새로운 음악에 목말라 있던 사람들, 숨은 청취자들을 위해 새로운 현대 음악들을 많이도 소개했습니다”
1972년 미국으로 이민 온 위씨는 햄버거샵과 서점을 경영하면서 동네신문 ‘코리언 뉴스’를 발행했고, 수필집 ‘하이 미스터 위’ ‘이민 10년생’ ‘위진록의 커먼센스’ 등 5권의 수필집과 평전 ‘5분 인물전’을 출간했다.
‘위진록의 클래식 초대석’의 출판기념회는 오는 14일 오후 6시 가든 스윗 호텔에서 열린다. 거창한 기념회가 아니라 오래간만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음악도 나누는, 조금 특별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한다.
회비 30달러. 문의 (951)603-0375, 책(18달러) 주문은 (703)750-9111
<정숙희 기자>
위진록씨가 클래식에 얽힌 인생의 무늬들을 수놓은 칼럼집 ‘위진록의 클래식 초대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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