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신문에 매일 대문짝만하게 나는 기사는 주택 융자와 부동산 차압에 관한 것이다. 얼마 전 융자 은행이 주택 차압을 하다가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당분간 중지하겠다는 발표가 나자 부동산업계가 긴장을 했다. 차압 중지가 곧 철회되고 차압 매물이 다시 시장에 나오며 부동산업계가 활기를 찾는 모습이다.
여러 주택융자 기관 중에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이 단연 선두주자였다. 그러다 지난해에 연방 정부에 의하여 BOA에 합병되었다. 합병되기 전 이 회사의 융자는 가히 천문학적인 숫자였다. 2006년 부동산 전성기 때에는 GNP 의 3.5%가 되는 엄청난 액수를 거래했다. 2008년에 파산한 인디맥 은행도 실은 같은 창업주에 의하여 설립되고 후에 폐쇄된 업체였다.
주택 금융계의 총아였던 컨트리와이드의 전 회장 안젤로 모질로는 증권거래소(SEC)에 의하여 피소되었다가 6,700만달러의 벌금형으로 고소가 취하되었다. 2,700만달러는 본인이 내기로 하고 4,000만달러는 BOA에서 책임지기로 했다.
부동산 금융업체의 파국은 엄청 났다. 미국뿐만 아니고 그 여파가 전 세계적으로 파급되어 개인은 물론 여러 나라가 부동산이 뒷받침하는 증권에 투자하였다가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 당시에 부동산 융자는 손쉬웠고 부동산 값이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할 때였다.
아메리칸 드림에 동참하려는 사람들이 분수에 넘는 투기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오는 호황을 놓칠세라 집을 담보로 융자 받아 여러 채의 집을 구입하였다. 애당초 계획은 부동산이 어느 정도 오르면 팔아서 빚을 갚고 차액을 챙기려는 것이었지만 결국 투자한 집은 물론 살던 집까지 모두 날려 버린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부동산 거래를 부채질한 것은 손쉬운 부동산 융자 때문이었다. 세무보고 서류와 함께 신청자가 작성한 재무제표만 믿고 융자를 해주곤 했다. 물론 부동산 시가가 융자 액수를 뒷받침해야 되는데 부동산 값이 하늘 모르고 뛰던 때여서 융자가 어렵지 않았던 것이다.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이 주위에서 많이 일어났다. 우리 집 청소 해주던 엘살바도르 출신 모녀가 그동안 저축한 돈으로 수영장이 딸린 집을 샀다고 자랑하더니 부동산 거품이 가라앉은 얼마 후부터 일을 하러 오지 않는다. 뒤에 알고 보니 변동 이자로 산집이 고정률로 바뀌며 납입금을 감당할 수 없고 팔려고 하니 시세가 융자액수보다 작아서 집을 포기했다고 한다.
이런 일이 주위에서 너무 많았다. 미국 사람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외국에서 미국의 꿈을 안고 온 이민자들의 망연자실한 모습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그 중에 우리 한인 수도 적지 않았다. 이들을 구하려는 정부의 노력도 적지 않다. 집을 포기한다 하더라도 빚은 그대로 남아 있어서 탕감된 액수는 과세 대상이라는 양식을 은행은 발부한다. 정부에서 주택대란 피해자를 돕기 위하여 제정한 미과세 조항이 후에 생겼다.
정부가 적절한 때에 개입만 했어도 이런 어려움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대공황을 겪으며 미국은 새로운 법을 제정하고 미비한 분야를 보완한 역사가 있다. 이제 정부 주도하에 새로운 메커니즘이 도입된다. 지난 30개월 동안 제정된 법이 지난 30년 동안 발효한 것보다 더 많을 정도로 정부의 노력이 보인다. 아마 역사적으로 우리가 겪고 있는 주택 대란은 미국이 겪은 1930년대 경제 공항에 버금가는 어려움일 것이다.
이럴 때마다 우리가 어렵게 모은 재산을 보호하는데 더 각별한 노력과 정성이 있어야 된다고 다짐을 한다. 투자의 가장 기초상식인 투자를 한 곳에 하지 말라는 지혜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된다.
이종혁 /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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