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달 전, 퇴근길 운전을 하면서 미 공영 라디오 방송을 듣던 중이었다. 난데없이 한국말이 간간이 들리면서 김치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김치가 금값이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 현지에서 배추가게 주인, 김치식당 주인, 손님 등과 인터뷰도 하면서 거의 3분이나 계속된 김치뉴스였다.
물론 지난달 김치파동 때 얘기다. 미 공영 방송에서까지 김치파동을 뉴스 삼았으니 김치가 세계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인 것은 확실한가 보다. 하긴 나도 미국, 중국, 일본 친구들이 졸라서 김치 만드는 법을 알려준 적이 수도 없이 많으니 말이다.
우리 학교 한국어 반은 매 학기 우리 집에서 한국음식을 먹으며 종강파티를 하는데, 그 학생들도 항상 김치 만드는 것을 보여 달라고 한다. 매년, 학생들은 달라도 배우겠다는 음식은 변함없이 김치인 것이다.
한국어 반에선 학기 말에 학생들이 한국어로 주제 발표를 한다. 한국에 관한 것이면 무엇이든 좋다. 1년 과정의 한국어 실력으로는 주제를 깊이 있게 전달 못해서 자세한 사항은 영어로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학생들의 전공과 관심에 따라 한글, 도자기, 동양화, 한복, 고전음악 등 전통문화 관련 주제와, 서울의 볼거리, 동방신기, 빅뱅 같은 그룹가수 등 현대적 주제로 서로 많은 것을 가르치고 배웠다. 나도 그 덕에 우리의 문화를 새롭게 배웠고, 광화문 거리의 새 단장도 알게 되었고, 한국 현 젊은 층의 우상과 그들의 노래도 배우게 되었다.
며칠 전 뒷마당에서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따다가 새삼스레 고추의 원산지가 미국이란 생각이 났다. 컬럼버스가 미국 땅을 발견했던 1492년 이후에야 매운 김치를 먹게 된 것을 알면서도, 은연중에 고추가 우리의 전통 열매이고 우리가 몇천년 전부터 조상대대로 김치를 먹었던 것만 같이 생각해 왔음이 상기되었다.
우린 언제부터 김치를 먹었을까? 이번 학기엔 나도 김치를 연구하여 학생들과 함께 발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김치 엑스포, 위키피디아, 김동욱 기자 등의 웹사이트에서 발췌한 내용들을 모아 간단히 정리한 것이다.
김치에 대한 가장 오랜 기록은 2,600~3,000년 전에 쓰인 중국 최초의 시집 시경(詩經)에서 발견된다. ‘저’(菹)라는 이름의 ‘채소의 소금절임’은 처음엔 ‘沈菜’로 불렸는데, 삼국시대엔 ‘딤채’ 그 이후엔 ‘김채’로 불렸다가 현재의 ‘김치’가 되었다.
초기 김치는 무, 오이, 가지, 버섯 등의 채소와 소금으로만 만들어졌고(고기 국물만 가미했다는 설도 있다), 12세기께 고려시대부터 파, 마늘 등의 향신료를 쓰기 시작했다. 남미의 고추가 한국에 소개된 것은 미 대륙 발견 후 100년이 지난 16세기 말 임진왜란 즈음이다. 하지만 현재의 맵고 빨간 배추김치를 만들게 된 것은 조선시대 말인 19세기 말부터였으니, 그 역사는 100여년쯤밖에 되지 않는다.
고추의 역사도 잘 알고 있었고, 현 김치의 100년 역사도 언젠가 어디서인가 읽었는데도, 무의식적으로는 단군 때부터 그 김치를 먹어온 것만 같이 생각해 왔던 것은 무엇일까? 미국인 사위가 한인 딸보다 매운 것을 훨씬 잘 먹는 것을 매년 보시면서도, 사위의 한국 방문 때마다 반찬이 매울까 봐 고춧가루를 덜 넣으시는 어머님의 매운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와 같은 것일까?
어쨌거나, ‘김치’가 ‘금치’로 되었다가 다시 ‘김치’로 이름을 되찾은 것은 내게도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에서 돌아올 때마다 어머님이 담으신 김치를 두 병 정도 꼭 싸갖고 오는데, 계속 ‘금치’라면 어머님께 큰 부담이 아니겠는가.
김치파동 즈음에 캘리포니아에 사는 동생이 한국을 방문했다. 김치를 선물로 가져가라고 했더니 폭소를 터뜨렸던 것도 매운 한인으로서의 긍지였을까?
김보경 / 대학 강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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