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이번 주 초 이틀간 치러진 재외국민 모의선거가 바로 그랬다. 모의투표 참가 신청자 수도 보잘 것 없었지만 실제로 투표에 참여한 한인수는 더욱 형편없어 참가자들의 입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겠다던 당초 취지를 무색케 했다. LA 총영사관 관할지역의 경우 투표율은 20%로 미주 다른 지역보다 낮았으며 영주권자들의 참여는 더욱 저조했다.
참정권이 부여됐을 때 한인사회는 이를 반기며 뜨겁게 환영했다. 한국 정당의 외곽조직들은 미주 유권자들을 겨냥해 경쟁적으로 지부결성 경쟁을 벌였다. 이로 인해 한인사회 내에서는 불협화음이 생기고 이를 둘러싼 우려도 일었다. 그런데 이번 모의투표에서 한인들은 이런 경쟁과 우려를 머쓱하게 할 만큼 낮은 관심을 보였다.
참정권은 재외 한인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참정권의 본질은 글자 그대로 참여에 있다. 되도록 유권자들이 선거에 참여해 정치적 권리를 행사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이번 모의투표 결과는 현재의 재외한인 참정권 관련 규정들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그동안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점을 듣기 위해 한국의 선관위 실무자들과 정치인들이 수차례 미주지역을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모의투표 결과는 기대에 너무 못 미쳤다. 정부의 낭비와 비효율성을 따끔하게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모의투표는 본 투표를 제대로 치르기 위한 사전 점검의 의미를 가진다. 당장 첫 선거가 2012년으로 다가온 마당에 시행착오를 반복할 시간이 없다. 모의투표를 참관하러 왔던 국회의원들은 이번에 드러난 다양한 문제점을 개선해 참여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한인들이 가까스로 얻어낸 정치적 권리가 제대로 열매를 맺을 수 있으려면 한국정부와 국회의 조속한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찔끔거리는 조치로는 절대 높은 참여율을 기대할 수 없다. 조치는 폭넓고 과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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