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브랜드인 ‘바나나 공화국’(Banana Republic)은 원래 과일 수출을 주로 하던 중남미 소국을 얕잡아 지칭하던 말이다. 구체적으로는 상위 1%가 전체 국가의 부를 20% 이상 독점하는, 독재자들과 몇몇 지도층만 잘살고 대부분 국민이 가난한 후진국을 놀리는 용어다.
뉴욕타임스의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최근 ‘우리들의 바나나 공화국’이란 칼럼에서 “이전에는 빈번히 바나나 공화국의 불평등을 취재하러 다녔으나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한탄했다. 미국의 경제적 불평등 지수가 이미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가이아나 등 후진(?)국가를 공식적으로 앞질렀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상위 1% 수입은 전체의 24%를 차지한다. 1980년 대기업 CEO의 평균 연봉은 직원 연봉의 42배였지만 이제는 531배에 달한다. 1980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 내 전체 수입 증가분의 80%가 상위 1%에 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IRS 자료에 따르면) 이들 최상위 부유층은 지난 10년간 부시의 감세안으로 전체 세금 감면분의 40% 이상을 독점적으로 차지하고 있다.
6일 오바마 행정부가 감세안 2년 연장에 합의함으로서 이들이 누리는 혜택도 더 연장되었다. 상위 2%에게만 증세하겠다던 오바마가 결국 양보한 것이다. 공화당은 아예 부유층감세를 영구화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문제는 감세로 인해 매년 수천억달러 씩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것이다. 감세론자들의 해결책은 정부지출 축소인데 실제로는 소셜시큐리티와 메디케어 지출의 대폭 감축이라는 것이 다 알려진 얘기다. 공화당, 특히 티 파티 의원들은 정부지출의 가장 큰 부분인 군사비 감소에는 기를 쓰고 반대한다.
감세가 일자리 창출과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지만 어차피 부시의 감세안이 끝나도 미국민의 98%는 단 1달러의 세금도 더 내지 않고 똑같은 혜택을 받게 되어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과연 연간 소득이 수천만 달러를 쉽게 넘는 최부유층이 세금을 좀 더 낸다고 투자도 안하고, 돈도 안 쓰고, 만들 일자리도 안 만들고... 과연 그럴까?
‘세금 감면’과 ‘작은 정부’를 넘어 아예 모든 사회복지 정책의 폐지를 주장하는 티 파티 후보들의 선거운동 당시 가장 열성적인 지지자들은 메디케어에 의지하는 휠체어 탄 노인들이었다. 바나나 공화국에서 벌어진 희극이다.
박원영 뉴욕 지사 경제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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