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모범이 되어야 할, 그래서 ‘어르신’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장·노년 한인들로 조직된 산악회가 오랜 법정 분쟁에 휘말려 있다. 문제의 산악회는 200여명의 회원들이 가입해 있는 에버그린 산악회로 산행을 통해 한인들의 건강을 지키고 친목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10여년 전 발족했다. 산하 3개의 소모임으로 운영돼 온 에버그린 산악회는 한 개의 소모임이 독자적으로 이사진을 구성하면서 내분을 겪어왔다.
산악회 명칭 사용과 지분을 둘러싸고 시작된 갈등은 급기야 법정 소송으로까지 확대됐으며 2년여의 지리한 공방 끝에 오는 28일 본 재판을 앞두고 있다. 그런 가운데 21일 누군가 에버그린 산악회가 사용하는 버스의 유리창을 파손하고 타이어를 펑크 내는 밴덜리즘이 발생하는 등 분위기가 더욱 어수선해지고 있다.
본 재판을 앞두고 최근 담당 판사는 양측을 불러 중재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실망스런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산악회 싸움을 들여다보면 실질적인 이익을 두고 벌어지는 다툼이라기보다는 감정싸움의 양상이 뚜렷하다.
얼마든 대화로 풀 수 있는 문제임에도 법정까지 끌고 가는 모습에서 지혜를 찾아보기 힘들다. 산을 좋아해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라면 산이 던져주는 지혜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소송이 아닌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갈 줄 아는 것이 어른다움이다.
우리는 다툼을 일삼는 한국의 정치판을 향해 욕을 한다. 하지만 이들을 비난하고 손가락질하기에 앞서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한인회장 선거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해 한인회가 두개나 생기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 한인사회다. 또 계속되는 교회들 안의 갈등은 한인들을 불편하게 한다. 이제는 친목을 내건 산악회까지 송사에 휘말리고 있다.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금년 이런저런 일로 갈등과 어려움을 겪은 단체들이 있다면 해가 가기 전에 이를 현명하게 풀고 가기 바란다. 묵은 갈등을 안고 새해를 맞이한다면 찜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간의 매듭은 그래서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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