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모보다 내실이 중요하죠”
▶ 한인 은행장 가운데 최장수
요즘같은 무한경쟁 시대에 ‘보수적인 은행 경영’이란 어딘가 어색한 느낌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형 은행 뿐아니라 한인 상장은행들이 폐쇄되거나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허영의 바람’에 흔들리지 않았던 혜안은 확실히 돋보인다. 뿌리가 튼튼해야 부러지지 않는다는 교훈이다. 한인 은행장 가운데 최장수 행장이며, 뉴욕 한인경제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브로드웨이 내
셔널은행(BNB)의 정삼찬 행장을 만났다.
-은행 경영 철학은
“내실 위주의 경영이 내 철학이다. 지점이 많고, 자산이 많으면 다 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중요한 것은 은행이 내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은행마다 지점 확장 경쟁을 벌이고, 고객 유치를 위해 물불을 안가리는 상황에서 이같은 대답은 의외였다. 그러나 정 행장은 단호했다. 사이즈만으로 역사가 깊은 미국은행을 이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은행 규모를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 날 법도 할텐데
“BNB 설립추진위원장에서 86년 설립 이후 초대 이사장, 93년부터 지금까지 행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외환은행과 제일은행, 상업은행, 조흥은행, 중소기업은행, 엠파이어은행, 팬아시아, 리버티은행 등 한국계와 한인은행들이 생기고 사라졌다. 기반이 없으면서 팽창위주로 가다보니 그런 것이다.”
-그래도 지나치게 올드(old)한 느낌이라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젊은 피를 수혈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은행은 돈을 빌려주는 고도의 행위이다. 반관반민이라는 말처럼 민간기업이면서 공익성이 중요하다. 아무나 겁 없이 하다보면 금방 망한다.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는 노련한 경험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지론이다.”
-BNB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설립 이후 미국시장에 들어가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국식 은행 매니지먼트를 도입하고, 일반 소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융자인 SBA에 주력했다. 94년 이후 2010년까지 16년동안 8억달러(7억9,000만달러)의 SBA 융자로 미동부지역 최고 SBA은행 상인 피너클 상을 받기도 했다.”
-설립 25년동안 어려운 일도 있었을텐데.
“초창기 융자담당자가 융자신청 공문에 한국어로 메모를 했다가 적발돼 모든 담당자가 재교육을 받았던 적이 있고, 지점장이 돈세탁을 봐주다가 걸려 은행도 벌금을 받은 적이 있다. 이같은 경험을 통해 BNB는 행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행장들을 경험많은 미국인으로 채용해 한인과 미국인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그동안 우리 은행을 믿고 지지해준 주주들과 오랫동안 은행을 위해 충성을 다해온 직원들에게 좋은 보상을 해주고 싶다.”
-BNB의 미래는.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이다. 금융산업이란 수시로 변한다. 86년 당시 전국적으로 은행이 3만2,000개였지만 지금은 7,700개이다. 경쟁력이 떨어진 은행은 도태한다. 기반을 다진 뒤 한단계 올라가는 것도 필요하다. 빠르면 내년말쯤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장수 은행장의 비결은.(정 행장은 38년생이다.)
“그동안 어려움도 도전도 많았다. 하지만 주주들이 날 선택한 것은 구관이 명관이라는 식이 아니라 나(정행장)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내 생각에 그 비결은 노력과 인내였다. 직접 발로 뛰고, 모르는 것은 어려움을 참고 열심히, 남보다 2배 이상 노력하면서 배웠다.”
(노력하면 된다는 그의 철학이 새삼스럽게 돋보였다. 그가 달리 설명이 필요없는 산 증인이기 때문이다.)
<김주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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