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일명 ‘삐삐’라고 불리는 비퍼(또는 페이저)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용하던 대표적인 무선 호출기였다. 비퍼는 성냥갑만한 크기에 ‘삐익 삐익’하는 신호음을 갖춘 기계였다. 간단한 암호로 ‘8282(빨리빨리)’나 ‘1004(천사)’, ‘8255(빨리와)’, ‘0404(빵사와)’ 등의 표시가 젊은 층의 인기를 끌기도 했다.
90년대 중반에 나온 미국 영화에는 배우들이 어린아이 팔뚝만한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장면이 간혹 나온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군대에서 쓰던 무전기처럼 큼지막한 제품이다. 일부의 사치품이었던 셀폰은 2000년대 이후 빠르게 진화한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셀폰에 사진기능이라도 붙어있으면 동네방네 자랑하면서 어깨에 힘주고 다닐 수 있었다.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보통 사람들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실감해야 했다. 셀폰 속에 MP3가 들어가고 인터넷 기능이 추가되면서 스마트폰은 완성된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이후 스마트폰은 못하는 것이 없는 ‘괴물’이 되었다.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40대 이상의 한인 중에는 비싼 스마트폰을 구입하고서도 여전히 일반 전화 기능만을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인 중에는 스마트폰을 구입한 뒤 어떻게 켜는 줄 몰라 벨이 울리는데도 쳐다만 봤다는 사람도 있다. 아예 관심을 끊으면 편할 것 같은데 너도나도 스마트폰을 얘기하니 모른 척하기도 어렵고. 피로감이 점점 커진다.
지난해 미국내 스마트폰 보급대수는 6.020만대이다. 셀룰러폰 보유자 중 스마트폰 보급률은 26%로 4명 중 1명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는 스마트폰 보급 대수가 7,33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에는 1억대가 넘어서 셀룰러폰 사용자 중 40%가 스마트폰을 쓸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과의 격차는 계속 커질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격언은 스마트폰에서도 유효하다.
김주찬
부국장 대우·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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