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이집트 청년이 잡지를 읽다가 미국 오일회사들이 석유 1배럴(42갤런)을 10센트에 사들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석유 1배럴에 10센트라니! 이런 폭리가 있나. 중동 석유국가들은 미국과 유럽에 착취당하고 있어. 이들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자기 배만 불리는 왕족들도 타도해야 해.” 이렇게 외치면서 쿠데타(1954년)를 일으켜 왕정을 뒤집은 인물이 바로 이집트의 청년장교 가말 나세르다.
당시의 중동원유 가격은 배럴당 2달러였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다. 이같은 저유가가 성립할 수 있었던 이유는 중동의 석유시장이 공급자 지배가 아니라 수요자 지배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1967년 ‘이스라엘 6일 전쟁’이 터져 아랍연합군이 대패하는 수모를 당하게 되었다. 아랍국들은 이스라엘을 후원한 미국을 미워했으며 그 분풀이는 자연히 미국 석유회사에 쏠리게 되었다.
이때 카다피는 갑자기 오일가격을 배럴당 3달러로 공시했다. 옥시덴탈은 아무 힘도 못쓰고 이에 따랐다. 이것을 보고 용기를 얻어 오일 값을 올린 지도자가 이란의 왕 샤다. 아랍 산유국들은 석유시장이 공급자 지배로 바뀌는 것을 느끼게 되자 1970년 OPEC회의를 열어 석유가격을 3달러에서 6달러로 인상 선언했다. 당시 OPEC을 대변하던 인물이 사우디의 야마니 석유상이다. 하버드 졸업생인 야마니는 친서방파였으며 오일가격을 급격히 인상할 경우 세계경제 파동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OPEC은 닉슨 대통령에게 미국 석유업자들을 설득시켜 OPEC이 내놓은 합리적인 인상가격을 받아들일 것을 부탁하기 위해 사우디의 사쿠아프 외무장관을 워싱턴에 보냈으나 닉슨은 요리조리 핑계를 대면서 면담을 피했다. 이에 모욕을 느낀 OPEC은 석유가격을 배럴당 11달러65센트로 일방적 선언을 해버렸다(리비아에서 내란이 일어나고 있는 오늘 현재의 오일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다). 이것이 미국경제를 혼란에 몰아넣은 1차 오일파동이다.
리비아 사태는 미국인들에게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미국이 세계최대 원유수입국(1,036만 배럴)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리비아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은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4위의 원유 수입국이다. 리비아 혁명 하나만으로는 석유파동이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 불길이 알제리, 바레인, 쿠웨이트, 예멘으로 번져 정권이 뒤집어지는 날엔 정말 심각해진다. 그 다음이 사우디아라비아이기 때문이다.
이 나라들이 흔들 하는 날엔 세계적인 석유파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사우디는 세계최대의 석유매장량을 갖고 있는 나라다. 이집트와 리비아 사태를 보고 놀란 87세의 압둘라 사우디왕은 어제 360억 달러를 국민 복지를 위해 긴급 지출하는 선심정책을 발표했다.
석유파동이 일어나면 미국경제는 또다시 늪에서 허우적거리게 된다. 인플레가 일어나고 고용과 소비가 위축되며 자동차산업이 결정타를 당한다. 이제 겨우 경제공황에서 벗어나려는 때에 중동에서 갑자기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세르 혁명은 중동에 민족주의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60년이 지난 지금 중동은 어찌 되었는가. 아직도 국민들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카다피를 보라. 사회주의와 반미를 외쳤지만 혼자만 잘 살고 있지 않은가(700억달러 재산). 사회주의커녕 오일가격만 올려놓고는 지금 쫓겨나기 일보 직전이다. 문제는 이슬람 지도자들의 부패다. 이들의 부패 때문에 그 지긋지긋한 석유파동이 또 일어날 기세를 보이고 있고 세계경제가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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