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 할 말이 없었다. 온갖 매스컴에서 보이는 날벼락처럼 일어난 일본의 상황들이 실감이 나질 않을 정도였다. 그 참담한 상황이 정말 일본에서 일어난게 맞는건지 믿겨지지가 않는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다.
지진에 쓰나미에 또 지진에 원전폭발에…시간이 지날 수록 나의 집중은 사람들에게 향해졌다. 물결에 쓸려가버린 사람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부모의 생사를 모르는 아이는 있을까, 아이의 생사를 모르는 부모도 있을까, 가족이나 동료의 시신을 본 사람은 어떨까 등등… 감성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는 여자의 특기다.
한 영상을 봤다. 차 두대가 쓰나미를 피하려 가는 듯 무척 빠른 속도로 도로를 달려가다가 쓰나미 물결이 너무 빨리 몰려오자 달리던 한 차가 덮치는 물결 앞에 갑자기 서는 모습을 보았다. 내게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그 사람은 왜 섰을까? 어떤 마음이었을까? 솔직히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상황이지만 그 사람에게는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몇 십이나 몇 백도 아니고 몇 천의 시신이 물에 떠있는 모습을 얘기한다면 그런 생각 하지도 말라고 다그쳤을 텐데, 그런 끔찍한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 버렸다. 지진에 철저한 대응안을 준비해 왔던 일본도 아무 힘없이 그렇게 당했다면, 지구 어느 곳에도 그렇게 믿을만한 방법도 없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또 다시 인생의 허무와 인간의 한계를 느꼈다.
남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여자와 다르다. 먼저 이 일로 일본의 경제와 세계경제에 끼칠 영향을 논한다. 달러와 엔의 가치의 변화를 계산한다. 비즈니스에 얼마나 타격이 가는 지를 걱정한다. 역시 남자다.
그런 걱정은 내게는 기타 뉴스거리였다. 그래서 그런가 남편과의 이 대화가 별로 오래가질 않았다. 죽은 사람들과 나머지 슬픔과 공포에 떨고 있는 사람들이 나의 넘쳐나는 이 풍부한 상상력 때문에 머리속에서 좀처럼 떠나질 않는다.
일본의 발전도시 대부분이 쓸려버렸다고 들었다. 지금 우리는 첨단과학과 기술이 넘쳐나는 테크널러지의 시대속에 산다지만 여전히 그 엄청난 자연의 힘앞에서는 인간자체뿐이였던 것이다. 나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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