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4년 제정 연방법‘기증금지’폐지 목소리 높아
한 명이 사후 장기 기증을 하면 아홉 명이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다.
에이즈바이러스(HIV) 감염자의 장기를 이식수술에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IV 감염자들의 장기기증을 금지한 현행 연방법을 폐지하자는 주장이다. 지난 1984년에 제정된 연방 장기이식법에 따라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는 장기기증을 할 수 없다. 암 환자의 경우에는 장기기증이 가능하지만 HIV 감염자의 ‘생명 적선’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도리 세게프를 비롯한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원의 일부 의료인들은 현재 전국 장기이식 대기자명단에 오른 11만명 가운데에는 수백명의 HIV 감염자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관련 연방법을 폐기해 에이즈바이러스 보균자들의 장기를 기증받게 되면 이들의 꺼져가는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죽음의 바이러스’에서 관리가능 질환
건강상태 좋은 장기 대기자 살려
임상보고서 없어 현행법 개정 걸림돌
세게프는 장기이식법이 에이즈에 대해 알려진 것이 별로 없던 1984년에 제정됐다는 사실을 누차 강조했다. 그 때만 해도 HIV 감염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으나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HIV는 더 이상 ‘죽음의 바이러스’가 아니라 약물로 관리가능한 만성질환균이라는 것. 세게프는 변종 HIV에 전염된 장기를 에이즈바이러스 감염자에게 이식할 경우 통제상태에 있던 HIV가 기력을 회복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치료약에 내성을 보이는 HIV 감염자의 경우에 한해 장기 기증을 금지하면 그만”이라는 간단한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조사결과 매년 500명에 달하는 HIV 감염자들의 장기기증이 거부됐다며 연방법의 족쇄가 풀릴 경우 이식수술 대기자 명단에 오른 에이즈바이러스 보균자들의 거의 전부가 새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민간 연구단체인 NIS(Nationwide Inpatient Study)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05년에서 2008년 사이에 장기기증을 거부당한 HIV 감염자는 매년 평균 53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단체인 HIV 리서치 네트웍도 2000년에서 2008년 사이에 연평균 494명이 장기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가
‘퇴짜’를 맞았다고 밝혔다.
일단 연방법만 폐지되면 HIV 감염자들의 이식수술에 필요한 충분한 장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세게프는 2010년 한 해 동안 HIV감염자 가운데 130명이 신장을, 40명이 간 이식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들에게 이식된 것은 물론 건강한 장기들이다. 뒤집어 말하면 HIV감염자의 장기 기증이 허용될 경우 이식수술 대기자들의 수가 사실상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이식수술 대기자 명단에 오른 환자들 가운데 매년 평균 20명이 장기를 구하지 못해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게프는 이식할 장기가 태부족한 상황에서 HIV 감염자에게 장기기증을 길을 터주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비감염자와 감염자 모두가 혜택을 보는 ‘윈-윈’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하지만 문제는 감염 장기이식에 따른 임상실험 결과가 전무하기 때문에 안전성을 입증할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연방 의회를 움직여 관련법을 폐지하려면 의원들을 납득시킬 만한 충분한 자료가 필요한데 이에 관한 국내 임상보고서는 단 한 건도 존재하지 않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보고서가 한 건 나오긴 했으나 조사 대상자가 단 네 명이고 조사기간도 2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자료에 의지해 객관적인 추세를 잡아내기란 불가능하다.
남아공의 조사 대상자들은 모두 지난 2008년 HIV 감염자의 장기를 이식받은 환자들이다. HIV 전문 의료인들로 구성된 ‘HIV 메디신 어소시에이션’의 회장 캐슬린 스콰이어스는 임상실험을 통해 필요한 자료를 축적하려면 HIV 감염자들의 장기기증이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법 폐지를 위해선 임상자료가 필요한데 이 자료를 구하려면 연방법이 먼저 폐지돼야 하는 이른바 ‘캐치 22’ 딜레마의 덫에 걸린 셈이다. 사우스 앨라배마 의과대학원의 신장질환 전문가이자 생명윤리학자인 조지 루테키는 “지난 수년간 콩팥과 신장 등을 필요로 하는 상당수의 간염환자들이 다른 환자들의 장기를 이식받아 목숨을 구했다”고 소개하고 “죽음에 직면한 환자들에게는 이와 유사한 선택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HIV 감염자들도 이전과 달리 이제는 오랫동안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다”며 “연방법 폐지는 획기적인 결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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