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사회 부모들이 2세들을 키우며 중시하는 것은 민족적 자긍심이다. 미주 전역의 한국학교들이 2세들에게 한국의 언어, 문화,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이런 바람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2세들의 자긍심이 종종 일반 학교교실에서 흔들린다. 교과서에서 한국이라는 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도 작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문화는 상세히 소개되는 데 반해 한국은 ‘한국 전쟁이 일어났던 나라’ 정도의 언급이 고작이다. 우리 2세들의 민족적 자부심을 위해서는 먼저 학교교실에서 ‘한국’이 제대로 대우를 받아야 한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의회에 상정된 SB 300 법안은 그런 맥락에서 한인사회가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할 법안이다. 지난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역사 사회 교과서 개정을 추진하는 이 법안은 지난 주 하원 교육위원회를 통과했고, 세출위, 상하원 본회의 통과 및 주지사 서명의 절차를 앞두고 있다. 법안이 통과하면 새로운 교과내용 지침에 따라 교과서가 새로 쓰여지고 한국에 관한 내용들도 대폭 보완된다.
캘리포니아의 기존 교과서를 보면 유치원~12학년까지 한국에 대한 언급은 딱 한번, 전쟁에 관한 기술이 전부다. 반면 새로운 교과지침은 거의 전 학년 역사 교과서들에서 한국의 문화, 역사, 현재의 발전상 등을 다루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적극 청원 운동을 펼친 인물이 한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한인사회는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미국 교사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데 앞장 서온 ‘교육자를 위한 한국 아카데미(KAFE)’의 매리 코너 회장이 개인적으로 정성을 쏟아서 얻은 성과이다. 교과서 개정을 앞두고 각 커뮤니티들이 자기나라의 비중을 늘리려고 엄청난 로비를 벌이는 한 옆에서 한인사회는 그런 일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던 셈이다.
한인사회가 이제라도 SB 300 법안 통과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하겠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한국’이 얼마나 더 오래 미국 교육현장에서 홀대를 받을지 알 수가 없다. 캘리포니아뿐 아니라 타주의 교과서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각 주 한인사회는 주별 교과서 개정 시기를 파악해 한국에 관한 내용이 충분히 보완되도록 미리 준비하고 로비를 펼쳐야 할 것이다. 일본 교과서의 편파적 내용에 흥분하기 앞서 우리 2세들이 배우는 미국 교과서부터 바로 잡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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