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방학 기획2 - 폭력적 게임에 멍드는 청소년들
“고등학생 아들이 하루 종일 인터넷에 빠져 사는 것을 넘어 이제는 밤을 새워 게임을 합니다. 이른 새벽 직장에 나와 일을 하다 저녁 무렵 집에 가면 그 때서야 부스스 일어나는 아들을 보면 속이 뒤집히지만 야단을 치면 오히려 더 큰소리로 대드니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훼어팩스에 거주하는 김 모씨는 게임 중독에 빠진 아들과 매일 전쟁 중이다. 가족과 함께 3년 전 이민 온 김 씨의 아들은 낯선 환경과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로 컴퓨터와 비디오게임에 빠지기 시작, 지금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여름방학을 맞아 한인 청소년들이 더욱 게임 중독에 빠져들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은 대부분 부모의 이혼 등 순탄치 못한 가정환경, 애정 결핍,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되며 우울증을 동반하거나 사회성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나이 어린 학생들의 경우 호기심이나 주변 친구들을 따라서 단순한 비디오게임을 시작했다가 이를 절제하지 못하고 게임기를 손에 잡지 않으면 정서불안 등이 나타나는 중독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가정상담소 카운슬러인 이규성 박사는 “이민 생활 특성상 이른 새벽에 나가 생업에 바쁜 부모들이 자녀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 사춘기 또래 친구들의 영향,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등의 원인으로 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져 든다”고 진단했다. 이 박사는 이어 “가치관이 분명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 선정적, 자극적, 폭력적인 게임에 빠지다보면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져 혼란을 초래하며 폭력에 무감각해지고 인내심이 결핍돼 사회생활이 힘들게 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또 요즘 유행하는 게임들은 온라인 접속자간의 ‘일대일’ 대결 형식이 많아 게임에 빠지는 시간이 더 늘어날 뿐만 아니라 게임 속 아이템이 실제 현금화될 수 있어 중독 정도가 더 심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온라인 게임이나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중독의 폐해는 정신 건강과도 직결될 수 있어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10대 청소년들의 경우 성인보다 세뇌가 빠르기 때문에 처음 게임을 접했을 때는 재미로 시작하지만 장기간 노출되면 현실과 가상공간의 혼동이 생기고 폐쇄적으로 변해 현실 도피를 초래하고 학업 등 일상생활 에 악영향을 비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게임중독의 문제점으로 △창의력과 인내심 상실 △현실도피 △폐쇄적 · 폭력적으로 성격 변화 △거짓말 △편집증 △의욕상실 △협동생활 장애 △정서불안 등을 꼽았다.
VA 알렉산드리아에 진료 오피스를 두고 있는 윤석철 박사(정신과 전문의)는 “게임 중독은 도박 중독과 같다.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은 폭력적인 주인공을 영웅시, 모방하게 되므로 성인이 되어서도 폭력에 연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게임을 장기간 할 경우 시간관념을 상실해 수면부족, 불면증, 집중력 약화 등 학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향후 사회생활, 가정생활에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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