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버즈’ 시절 민경훈(27)에게 음악은 그리 절실해 보이지 않았다. 가수로 뻗어나갈 목표도, 음악인으로 정년퇴직하겠다는 의지도 없어보였다.
결국 2003년 결성된 버즈는 해체됐고 2007년 홀로서기를 한 민경훈은 그제서야 음악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됐다.
2집 ‘소풍’을 발표한 민경훈은 최근 인터뷰에서 "비로소 음악하는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다"며 "이번 음반에서 처음 자작곡도 싣고 공동 프로듀서로도 참여했다"고 수줍게 웃었다.
"버즈 시절에는 음반을 발표할 때마다 반응이 좋았지만 의욕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제 욕심이 나요. 선곡 작업을 하고 작곡에도 참여하며 팬들이 제 음악에 설레임을 가질 수 있도록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음반 제목도 설레임이 함축된 ‘소풍’이죠. 어머니가 버즈 1집 때처럼 하늘의 별이 가슴으로 들어오는 길몽을 꾸셨대요. 하하."
그의 기대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입소문을 탄 2집은 강렬한 기타 리프가 내달리는 첫 트랙 ‘악몽’부터 변화가 감지된다.
애절한 발라드 대신 리드미컬한 밴드 사운드가 뼈대를 이룬다. 밴드 핸섬피플의 최영호가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버즈 시절 베이시스트인 신준기가 가세한 것도 사운드의 중심을 잡는데 한몫했다.
한층 비트가 강해진 음악에 맞춰 민경훈 특유의 올드한 바이브레이션을 자제해 창법도 한결 담백해졌다.
음반에는 김도훈이 작곡한 경쾌한 하우스 비트의 타이틀곡 ‘쉬(She)’를 비롯해 화려한 기타 사운드가 도드라진 팝 록 ‘짧은 한마디’, 미디엄 템포의 모던 록 ‘바람피지 않았어’, 도입부를 피아노로 채운 록 풍의 ‘러빙 유(Loving U)’ 등이 수록됐다.
민경훈과 신준기가 공동 작곡한 트랙은 ‘너니까’와 ‘해피타임’.
두 사람이 동해안과 남해안을 여행하며 작업한 ‘너니까’는 곡 전개가 드라마틱한 팝 발라드, 술을 먹은 뒤 즐거운 기분으로 쓴 ‘해피 타임’은 제이슨 므라즈 음악의 색깔을 띤다.
민경훈은 이번 음반을 계기로 밴드에 대한 꿈을 더 구체적으로 품은 듯 보였다.
"준기 형과 작업하며 버즈 활동 때 느끼지 못했던 다정다감함을 느꼈어요. 이번 방송 활동에서도 형과 함께 무대에 서는데 의지가 됩니다. 아직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결국 밴드를 할 겁니다. 밴드로서의 음악 색깔이 이미 머릿속에 잡혀있어요."
원조 아이돌 밴드로 등장한 만큼,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를 바라보는 마음도 남다를 터.
그는 "요즘 두 팀의 인기가 대단하더라"며 "그들을 보면 버즈 시절이 간간히 떠오른다. 2002년부터 연습생 생활을 했고 이후 바쁜 스케줄에 쫓기는 게 힘들었다. 노래 연습할 시간도 없이 무대에 오르며 목이 늘 상해있었다. 당시 상처받았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철이 안 든 때였다"고 돌아봤다.
그는 2집 활동이 끝나면 연말이나 내년 초께 입대를 계획하고 있다.
"올해로 9년째 활동하니 제 20대를 가요계에서 보냈네요. 군 복무를 마치면 솔로든, 밴드든 더 성숙한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요."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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