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만나서 결혼식을 했더라도, 결혼신고를 하지않으면 국가에서 인정하는 부부가 될 수 없다. 신고를 한 다음에라야 태어나는 아이들도 사생아가 되지 않고, 세금을 내는 일이라든지 병원에서도 가족에게만 허락된 수속을 밟는 일, 심지어는 유산에 관한 상속법에도 가족에 대한 법률이 적용된다.
함께 오랫동안 동거를 했더라도 국가에서 인정하는 법적인 부부가 아니어서 불이익을 당하는 일 때문일 것이다. 동성결혼을 허락받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 결과인지, 지금은 동성부부를 인정하는 법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동성부부든, 결혼신고를 하지않고 사는 이성부부든, 친구끼리 함께 모여서 살든, 한 지붕아래에서 사는 사람들은 모두 동거인 혹은 룸메이트라고 부른다. 엄밀한 의미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법적인 부부도 온 가족이 모두 동거인인 셈이다.
사이좋은 룸메이트가 되려면, 서로 협조하여 불협화음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첫째가는 조건이다. 그러나 자기의 방을 치우지 않아서 부모와 마찰을 빚는 아이들도 있고, 술에 젖어 살면서 가족을 돌보기는 커녕 아내에게 모든 짐을 얹어주는 남편도 있고, 돈을 잘 관리하지 못해서 남편이 힘들게 번 돈을 탕진하는 아내도 있다. 그러한 룸메이트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사항에 어긋나는 일이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단란한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수시로 일어나는 일이고, 사회에서도 그냥 묵인하고 지나간다. 그럴 뿐만 아니라 시집의 가족까지 돌보는 며느리에게 효부상을 주기도 하고 그런 일을 잘 감당했다고 칭찬을 듣기까지 한다.
가족 모두에게는 결혼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새로운 운명이 시작된다. 부부가 어떻게 만나는가, 누구를 부모로, 또 자식으로 만나게 되는가 하는 것은 각자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그 운명을 탓하면서 어려운 삶을 극복하기도 했다. 개성과 개인의 생각을 존중하는 시대인 요즈음에는 이혼을 하는 부부가 많아진다. 모든 것을 참고 오랫동안 살다가 뒤늦게 황혼이혼을 하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늦게나마 동거인이기도 한 배우자에게 어떤 불공평함을 발견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생활이란, 시작할 때에는 쉬웠던 일이 헤어질 때에는 대단히 복잡하다. 그것은 공유했던 모든 것들을 나누는 과정이 그러하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더 이상 농경시대의 단순한 생활이 아닌 복잡한 삶의 방식도 일조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 복잡함에 질려서 그러한지, 사실은 헤어졌으면서도 법적으로는 아직도 부부인 사람들도 있고, 국가에는 신고 하지않고 그냥 동거를 하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어떤 부부는 동거를 하다가 결혼을 한 다음에 이혼을 하고, 다시 그 사람과 동거를 하다가 다시 결혼을 하고, 또다시 이혼하고 동거를 하기를 반복했다고 신문에 난 것을 읽은 적이 있다. 그것은 아마도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으나, 결혼의 속박과 동거의 자유로움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을 것이다.
동성결혼을 하고 결혼신고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이혼을 하지 않겠는가. 법적으로 결혼한 사람들이 법적으로 헤어지는 것이 이혼이기 때문이다. 똑같이 그 복잡한 과정을 겪게 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입양한 자녀들과의 관계도 다시 정립이 될 것이다. 법이란 언제나 양면을 지니고 있어서, 좋은 점도 있고 불편한 점도 있게 마련이다.
결혼식을 하고 국가에 신고를 하고 살든지, 그냥 동거를 하든지, 함께 사는 그 사람이 동거인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므로 백년해로에 성공을 하려면, 룸메이트인 배우자에게 동거인으로서의 의무에 충실하자. 사랑이란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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