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이 사랑하는 ‘까도남’ 캐릭터에 변화가 일고 있다.
’까칠한 도시 남자’를 뜻하는 ‘까도남’이 언젠가부터 유행처럼 드라마 남자 주인공을 도맡아 하는 가운데 이 ‘까도남’에 코미디와 냉소, 병 등을 결합한 실험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시청자들의 마음은 새로운 까도남이 출현할 때마다 매번 움직이고 있다.
◇까칠하지만 웃긴다 = 지난 1월 막을 내린 SBS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현빈 분)과 지난 6월 종영한 MBC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차승원)은 전통적인 ‘까도남’ 캐릭터에 코미디를 접목시키며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켰다.
기존의 ‘까도남’들이 까칠하면서 차가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에 비해 김주원과 독고진은 까칠하지만 뜨거웠다. 코믹했기 때문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달인인 김은숙 작가와 홍자매는 자신들의 장기인 코미디를 ‘까도남’ 캐릭터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하며 까칠한 남자 주인공을 보며 배꼽을 잡고 웃게 했다.
거만하고 깐깐하며 있는 대로 잘난 척을 하고 그러면서도 상당히 유치하다는 점에서 비슷했던 김주원과 독고진은 거리감이 느껴졌던 ‘까도남’을 손이 닿는 곳에 있는 인물로 만들어놓았다. ‘귀여운 까도남’의 탄생이다.
◇’까도남’은 아프다 = 요즘 등장하는 ‘까도남’들은 아프다. 작가들은 ‘까도남’들에게 병을 안겨주며 비련의 요소를 색칠하고 있다.
지난 5월 막을 내린 SBS ‘마이더스’의 유명준(노민우)은 췌장암에 걸려 급기야 목숨을 잃었다. 또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은 폐소공포증에 시달렸고, SBS 수목극 ‘보스를 지켜라’의 차지헌(지성)은 광장공포증을 앓고 있다.
모두 재벌 2,3세들인 이들의 병은 일급비밀이다. 기업 주가와 경영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 이렇듯 치명적인 비밀을 간직한 ‘까도남’들은 한껏 멋지거나 웃기다가도 시청자를 슬픔으로 몰아넣는다.
또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은 아예 인공심장을 달고 사는 인물로 늘 죽음의 위험을 안고 살아갔다.
◇냉소적이거나 무능력하거나 = 드라마 속 ‘까도남’이 멋진 것은 대부분 부자이거나 어떤 분야에서 능력이 출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로 재벌 2세, 3세들이 ‘까도남’으로 설정되는데 여기에도 변화가 가해진다.
SBS 주말극 ‘여인의 향기’의 강지욱(이동욱)은 매사 냉소적이고 심드렁하다. 재벌 2세이지만 삶에 의욕도, 꿈도 없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이다. 모든 것을 가진 듯하지만 어떤 것에도 흥미가 없다.
’보스를 지켜라’의 차지헌(지성)은 한술 더 떠 아버지로부터 "잘난 거라고는 없는 놈, 쓸모라고는 없는 놈"이라는 욕을 듣는 처지다.
재벌 3세인 그는 늘 아버지에게 얻어터지고 구박받는다. 과거의 트라우마로 광장공포증을 앓고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의 무능력이나 태만을 설명하긴 어렵다. 기본적으로 철부지 한량인 데다 무능력하다. 그러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무척이나 까칠하니 한마디로 아직 성장이 덜 된 ‘미성숙 까도남’이다.
차지헌은 과거 SBS ‘발리에서 생긴 일’의 정재민(조인성)과 비슷한 듯하지만, 정재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코믹함을 강화한 캐릭터라 차별화를 이룬다.
◇게으른 답습은 실패로 이어져 = 변주, 변화에 대한 노력 없이 기존 캐릭터들을 그대로 답습해 아쉬움을 주는 일도 있다.
KBS 월화극 ‘스파이 명월’의 강우(에릭)는 불과 얼마 전 방송에서 본 김주원과 독고진의 캐릭터를 빼닮아 ‘아류 캐릭터’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이 때문인지 드라마도 이렇다 할 반향을 얻지 못하는 형편이다.
또 MBC 수목극 ‘너 내게 반했어’의 이신(정용화)은 캠퍼스 드라마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과도한 까칠함으로 부조화를 드러냈고, 지난 6월 끝난 SBS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현기준(강지환)도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과 오버랩되면서 부실한 스토리와 함께 아쉬움을 줬다.
이같은 캐릭터를 내세운 드라마는 저마다 한자릿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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