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프루트 증권시장에서 중개인들이 하락하는 주식동향 지표를 심각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연합>
지난 2~3일 전의 증시폭락이 미국의 디폴트 처리에 대한 신뢰 상실과 S&P사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이 원인이었다면 오늘의 증시불안은 ‘유럽 위기’ 때문이다. 시사주간 타임은 최근 “진짜 위험은 워싱턴이 아니라 유럽에 있다”고 우려했다. 유로존이 채무위기가 불거진 나라들을 모두 구제할 수 있을 만큼 자금이 충분치 않은 데다, 무엇보다 이들은 단일 국가로 연결돼 있어 어느 한 국가가 무너지면 도미노 현상처럼 다른 국가도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진짜 폭탄은 유럽
유럽의 금융위기는 그리스가 지난해부터 언론의 조명을 받기 훨씬 전인 2008년 총인구가 30만명에 불과한 북유럽의 작은 섬나라 아이슬란드부터 시작됐다. 2007년 1인당 국내 총생산(GDP)이 6만3,000달러로 세계에서 세 번째였던 아이슬란드는 서브프라임 사태를 초래시킨 부실 부동산 담보(toxic asset) 채권에 2000년대 초반부터 투자하면서 철퇴를 맞았다. 2008년 10월 주요 상업은행들이 국유화되고 환율이 연초 대비 2배 상승하는 등 금융 및 외환시스템이 붕괴되면서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지원을 요청한다.
아이슬란드와 유사한 형태의 금융위기가 현재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아일랜드가 유럽 연합에 지원 요청을 한데 이어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으로 경제위기가 전이되고 끝내 유럽의 경제 대국 프랑스와 영국으로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미국에 이어 프랑스 경제까지 흔들릴 경우 유럽 경제는 고꾸라질 수밖에 없다. 유로존의 물가상승률(7월 2.5%)은 이미 8개월째 자체 관리목표(2% 미만)를 훌쩍 넘어선 상태다. 영국의 경우 상반기 4.3%의 물가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경제 성장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프랑스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9%로 호조를 보였지만 12일 발표되는 2분기 성장률은 0.2%나 0.3%의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2% 성장을 예상하고 금년도 예산을 짰지만 이는 너무 낙관적이었다는 지적이다.
영국도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88.5%로 프랑스(97.3%)보다는 낮지만 경제성장률은 프랑스보다 부진하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연율 1.4%로 AAA 등급 국가 중 최하위였다. 스페인의 경우 2분기 경제성장률은 0.7%를 기록했지만 전기에 비해 겨우 0.2% 증가했다. 경기둔화에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시작된 것이다.
■다음 차례는 아시아?
세계 최대의 성장엔진 중국 역시 7월 물가가 6.5%나 급등, 3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긴축 분위기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극심한 엔고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일본 정부는 11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0.5%로 대폭 낮춰 잡았다. 미국과 유럽이 더블딥에 빠지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는 바로 한국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서는 주변국가와 수출파트너 국가들이 무너지면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물가도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인플레이션률이 3.8%까지 상승했고 지난해 6.2%의 깜짝 실적을 냈던 경제성장률은 올 들어 1분기 4.2%, 2분기 3.4%로 크게 둔화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가 조성되고 있다.
문제는 앞날이다. 잠재 불안요소로 여겼던 주요국들의 경기둔화 가능성이 재정위기의 뇌관을 타고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으로서는 덩달아 힘들어 질 수밖에 없는 수렁에 빠진 셈이다.
■더 이상 꺼낼 카드가 없다.
위기에 처한 주요국의 공통적인 딜레마는 높은 물가와 그 동안 뿌린 막대한 재정부담 때문에 추가로 경기부양책을 쓰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내놓은 ‘향후 2년간 제로금리 유지’ 방침은 글로벌 약달러와 달러 캐리 트레이드(저금리로 달러를 빌려 해외에 투자하는 것) 현상을 부추기게 된다. 이미 엔·달러 환율은 1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장중 달러당 76.4엔까지 떨어져 엔화 값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달러당 76.25엔)에 근접했으며 중국 위안·달러 환율도 달러당 6.3991위안을 기록, 위안화가치가 최근 1년 사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날 스위스 프랑도 장중에 달러당 0.7068프랑까지 떨어지면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같은 달러 약세는 한국 같은 신흥국들의 물가 압력을 더욱 부채질할 예정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원화 강세와 함께 수출길이 어려워짐과 동시에 해외 발 물가압력도 높아지는 이중고에 직면한 셈이다.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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