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를 지원하는 인권단체의 무분별한 홍보와 정보 공개가 정작 탈북자들에게 큰 고통을 줄 위험이 있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5개월 전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들어와 켄터키에 거주하다 최근 버지니아로 이주한 김정철(가명) 씨. 김 씨는 17일 워싱턴을 방문 중인 김양원 한국국가인권위원을 만난 자리에서 탈북자 지원단체 ‘두리하나’ 대표 천기원 목사가 자신의 사진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바람에 북한에 남아 있던 가족과 연락이 끊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에서 천 목사가 어느 인터넷 언론과 가진 인터뷰 기사에 내가 들어있는 탈북자 단체 사진을 올렸고 그 이후 북한 내 20여명의 가족이 행방불명됐다”며 “지금까지 억울한 사정을 호소할 데가 없어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문제의 사진은 작년 4월29일자로 ‘크리스천라이프(www.christianlife.co.nz)’라는 인터넷 신문이 올린 천기원 목사 인터뷰 기사에 포함돼 있는데 김 씨가 들어 있다는 사진은 육안으로는 쉽게 인물을 분별할 수 없는 작은 형태다. 천 목사도 김 씨가 항의 이메일을 보내자 지난 4월 보낸 답장에서 “확대하면 할수록 알아볼 수 없고 보이지 않게 모자이크 처리 한 건데 사진을 공개 했다며 나를 원망하나요?”하고 반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대 기술로 이런 수준으로 위장된 사진을 복원하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또 북한 당국의 속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한 탈북자는 “북한 내에 얼마나 많은 컴퓨터 전문가가 있는데 복원이 뭐 그리 힘들겠느냐”며 “심지어 김 씨를 아는 다른 탈북자들도 김 씨를 알아보더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모습이 공개돼 피해를 입었다는 탈북자는 또 있다. 얼마 전까지 워싱턴에 거주하다 타주로 이사한 한 모 씨가 그 사례. 러시아에서 벌목공으로 일하다 탈북한 한 씨는 한 인권단체가 다큐멘터리 필름을 제작하면서 자신의 사진을 포함시키는 바람에 가족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러시아에 숨어 벌목공으로 일하는 동안에는 북한을 가끔 왕래하기도 하는 등 가족들에게 문제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김 씨는 “내 가족들이 모두 수용소로 끌려갔다는 소문이 들릴 때 마다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며 “천 목사가 법률적으로든, 도의적으로든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고발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양원 인권위원은 “김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지만 시비를 판단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며 “어쟀든 인권위원회에 정식 고발을 접수시켜 신중히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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