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떠나는 자들이 있다. 주인공 한섭도 그랬다. 1980년대 초, 그의 가족은 평온한 은행 간부의 삶을 뒤로 하고 미국 이민을 결행한다. 아내와 자식들을 먼저 보내고 그도 밀입국의 방식으로 미국으로 향한다. 홍콩을 거쳐 멕시코로 그리고 국경을 넘는다. 하지만 그 길은 숱한 우여곡절과 오해와 배신의 도정(道程)이다. 홍콩에서 우연히 만난 옛 여인은 악의 꽃이었고, 죽음의 행렬에서 만난 또 다른 첫사랑의 여인은 그에게 신생(新生)의 시간들을 부여한다. 그리고 멕시코 국경을 함께 넘은 도반자(道伴者)들과의 얽히고설킨 인연들…. 그의 난삽한 미국행의 이면에서는 부인 소정이 겪는 에스프레소처럼 쓰디쓴 삶의 세계도 펼쳐진다. 남편에 대한 오해는 왕씨 성을 가진 홍콩의 부호와의 기묘한 사랑으로 이어지고….
워싱턴에 거주하는 이성애 씨의 소설 <바다에 피는 꽃>(마음풍경 간)은 정주지를 떠난, 낯선 길 위에 선 자들의 가슴 찐한 이야기다.
이민자 소설이되 바다 같은 사랑과 인연의 파노라마가 심미적 문체와 삶에 대한 깊은 성찰 위에 펼쳐진다. 80년대의 억압적 정치 현실과 지역차별, 모순 같은 사회적 삽화도 곁들여 책의 무게를 더한다.
“이 장편은 자신이 그간 겪어온 삶의 굽이굽이를 새롭게 탐사하고 기억하면서 인간이 필연적으로 마주치는 사랑과 격정, 그리고 신생의 과정을 그려 보여주는 작품이다.”
문학평론가 유성호(한양대 교수)의 평처럼 <바다에 피는 꽃>은 이민자였고 현재도 이민자인 지은이 자신과 우리들의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삶의 서사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우리는 종종 시련과 역경은 내 몫이 아닌 타인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민 가방을 꾸리는 그 순간 그들은 시련과 역경도 함께 꾸리고 있음을 또한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고 집필의 뜻을 밝혔다.
이성애 씨는 그의 말대로라면 195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별만 보고 자라다가, 여수로 이주해 바다만 보고 자랐다. 84년 하와이로 유학을 떠나면서 모국과 이별했다. 수필세계 신인상, 해외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윤동주문학사상 해외 신인상을 수상하고 2005년 첫 장편 소설 <후계자의 사랑>을 펴내는 등 만만찮은 문력(文力)을 보여왔다. 워싱턴여류수필가협회 회원이면서 본보에 기고하는 매혹적인 수필로 워싱턴에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기도 하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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