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동포간담회서 300여 참석자들 한 목소리 건의
초청범위ㆍ자리배치 등 고민 많았지만 일부선 불만제기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시애틀을 찾아 22일 밤 웨스틴호텔에서 개최한 동포간담회에서는 서북미 한인사회에 대한 본국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줄을 이었다. 특히 서북미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주요 인사 300여명이 참석했지만 이 가운데는 이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도 적지 않아 화제가 됐다.
송영완 시애틀 총영사가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치러진 대통령 간담회가 대체로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지만 참석자 초청대상, 간담회 좌석배치, 청와대와의 협조 사항 등에서는 일부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이광술 시애틀한인회장이 환영사
○…워싱턴주와 오리건 등 5개주 한인회장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당초 예상대로 환영사는 이광술 시애틀한인회장이 맡았다. 이 회장은 “3년간 이어진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도 한국이 성장을 거듭했던 것은 이 대통령님의 리더십 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인이란 사실이 자랑스럽다”면서 “한글교육과 차세대 정치력 신장을 위해 본국 정부가 적극 지원해주고 대한민국이 강대국이 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헤드테이블에 누가 앉았을까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주요 단체장들에게는 이 대통령 부부와 함께 자리할 수 있는 헤드테이블에 누가 앉느냐가 큰 관심사였다. 이 테이블에는 이광술(시애틀), 마혜화(타코마), 김용규(페더럴웨이) 한인회장과 신호범 워싱턴주 상원의원, 신디 류 워싱턴주 하원의원이 앉았다. 특히 재미과학기술자협회 서북미지부 신우근 회장과 20대 평통 자문위원인 이하림양이 배치돼 눈길을 끌었다. 총영사관측은 헤드테이블 자리 배치를 놓고 고심 끝에 이 같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보옥 할머니 또 목도리 선물
○…취임 초기 이명박 대통령에게 뜨개질한 목도리를 선물했던 강보옥 할머니(86)가 2년여의 기다림 끝에 이 대통령을 직접 만났다.
강 할머니는 2008년 이 대통령이 자신의 목도리를 시장 상인에게 줬다는 뉴스를 보고 마음이 아파 직접 목도리를 떠서 청와대로 보낸 사실이 알려지며 ‘유명세’를 탔었다. 이날 간담회 연설을 마친 이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송영완 총영사로부터 ‘목도리를 전해 드렸던 강보옥 할머니’라고 소개를 받고 두 손을 맞잡고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강 할머니는 이날 “대통령께서 시애틀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3주에 걸쳐서 목도리를 다시 짰다”며 푸른색으로 짠 목도리를 전달했다.
오세린양ㆍ윤 사무엘 군이 화동역
○…동포 간담회의 ‘공식’ 첫 환영인사는 이 대통령 내외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화동’ 오세린(11살ㆍ내로우스 뷰 인터미디에이트)양과 윤 사무엘(8살ㆍ밀크릭 초등)군이 맡았다. 오양과 윤군은 간담회장에 들어서는 이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에게 한 걸음 다가가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하며 꽃다발을 안겨줬다.
오 양과 윤 군은 재미한국학교 서북미 지역 협의회의 추천으로 각각 남쪽지역과 북쪽지역을 대표해 선발됐다.
학창시절 셋집 주인아들과도 해후
○…이 대통령은 고려대 재학시 이태원동에 세를 얻어 살았는데 당시 집주인이었던 김사선(작고)씨의 아들 김순엽씨가 이날 동포 간담회에 참석해 짧은 해후를 했다.
현재 워싱턴주 밴쿠버에 살고 있는 김씨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이흥복 전 평통 부간사가 총영사관에 “옛 셋집 주인 아들이 밴쿠버에 살고 있다”고 귀띔해 만남이 이뤄지게 됐다. 김씨는 “대통령이 되시기 전에 한번 본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나를 바로 알아보더라”며 “너무 자랑스럽고 기쁘다”고 말했다.
“답변이 애매하네요”
○…이날 간담회에서는 ▲우편투표ㆍ투표소 설치문제(오세영 재미한국학교 서북미협의회 이사장) ▲한인경제발전을 위한 본국의 투자(박우성 PI뱅크 행장) ▲차세대 한인들의 주류 정치사회 진출을 위한 지원(박영민 페더럴웨이 시의원) ▲시애틀 한국교육원 부활(이익환 이민사 편찬위원회 고문) 등 서북미 한인들의 염원이 이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됐다.
대답에 나선 이 대통령이 “애로사항이 많고…(재외선거)”,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본국 투자)…”,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 해…(한국 교육원 부활)” 등 원론적인 대답을 하자 “답변이 애매하네요”라는 ‘실망의 목소리’들이 나왔다. 한 참석자는 “서북미 한인사회에 직접 도움을 주는 내용은 없었다”며 “호텔에서 서브하는 가장 좋은 음식을 먹는 것보다 동포들의 고민해결에 주력하는 모습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간담회 장소를 떠난 뒤 송영완 총영사가 “이 대통령이 동포 간담회 참석 한인들에게 호텔에서 서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음식을 대접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한 것을 두고 이야기 한 것이다.
벨뷰에 대규모 프레스센터 설치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동행 취재한 기자들을 위한 대규모 프레스센터가 벨뷰 힐튼 호텔에 마련됐다. 총영사관측은 청와대와의 협조에 따라 동포간담회만 시애틀지역 한인 언론들에게 취재를 허용하고, 나머지 기사 등은 프레스 센터에서 보도자료 형태로 받도록 하겠다고 사전 협조를 구했었다.
하지만 청와대 홍보실의 김기철 행정관은 “프레스 센터에서는 본국 청와대 기자들에게만 자료를 풀하기로 했을 뿐 현지 언론에 자료를 내기로 총영사관과 합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협조 미비로 크리스 그레고어 주지사와 빌 게이츠 회장과의 접견은 현지 한인 언론들이 취재를 할 수 없었다.
이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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