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난로, 옷방 (walk-in-closet)이 설치되고 중앙집중 냉난방이 공급되는 호화판 대학 기숙사가 늘고 있다. 공동거주 구역에는 최첨단 음향기기로 둘러진 극장, 실내 수영장, 자쿠지, 일광욕 침대 (tanning bed), 폭포와 연못으로 학생들에게 즐거운 비명을 선사한다. 또한, 메이드와 룸서비스는 기본이고, 단체주문을 하면 즉석에서 음식을 만들어 주는 케이터링, 세탁물이 완료되었다고 컴퓨터로 알려주는 알림이, 심지어 배달 서비스도 제공한다. 부설 카페테리아에서는 오후 티 파티, 저녁 촛불디너로 분위기를 연출하는가 하면, 스시를 직접 만들어 먹게하고, 연어, 양고기, 상어요리 등 호텔급 식사를 제공한다.
“미안한 감이 든다”라고 고백하는 대학생이 있을정도로, 대학들이 서로 앞다투어 호화판 기숙사를 마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캠퍼스를 방문하는 고교생 지원자들이 편리하고 뽐새나는 시설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기숙사 방에 에스프레소 커피 제조기가 있나요”라는 질문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물론, 호화판 대학 기숙사의 뒷면에는 하청업체와 대학의 장사속도 포함되어 있다. 한 예로, 대학 기숙사를 건설, 임대, 경영하는 아메리칸 캠퍼스 커뮤니티라는 회사의 주가는 2009년 15달러에서 최근 37달러로 뛰며, 25억 달러 자산을 가진 회사로 급성장했다. “경기가 침체되고 증권시장이 요동을 쳐도 대학 기숙사 관련 주가는 떨어지지 않는다”라는 월가의 소문이 무엇을 뜻할까.
최근에 발표된 ‘등록금 전액을 낼 수 있는 지원자 우대’ 이유를 대학들은 너도나도 경기침체로 들었지만, 속속들이 따져보면 대학간의 호객행위 과다경쟁에서 오는 출혈지출과 낭비에서 오는 것이다. 수년전, S 대학은 지원자의 재정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1~10 등급으로 나누어 신입생 정원이 채워질때 까지 등급 차례순으로 합격자를 가려냈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5등급을 받은 지원자 가운데 재정보조가 필요한 학생은 낙방시키고, 6등급 지원자중 등록금 전액을 흔쾌히 낼 수 있는 지원자를 합격 시키는 것이다. 이미 충분한 기부금 돈방석에 올라앉은 대학에서 지원자의 돈 주머니 무게를 저울질하기 시작한 시기가 몇년전 수천만 달러를 들여 캠퍼스 호숫가에 초호화판 기숙사를 완공한 시기와 맞아 떨어지는 것이 우연의 일치일까.
하청업체와 대학이 이익을 챙기는 동안, 호화판 기숙사에 기거하는 학생들의 정신건강 상태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 UCLA 고등교육연구소가 4년제 대학 300곳의 학생 2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신의 정신건강이 정상이라고 대답한 학생이 1985년에는70%가 넘었지만 지난해는 52%로 줄었다. 한해에 대학생 1,088명이 자살하고, 12명중 한명은 자살 계획을 하며, 3명중 한명이 우울증으로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학비융자, 취업전망등 재정적, 심적 부담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강의를 들어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책을 보아도 눈에 들어오지않고 머리가 항상 멍하다고 토로하는 학생으로 캠퍼스는 점철되어 있다.
대학은 학생들로 하여금 편의시설물, 서비스에 집착하는 삶의 방식을 따르도록 오도하고 있다. 다른 사람과 어울려 지내는 쾌적하고 편리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기숙사의 목적으로 내새웠지만, 과연 쾌적감과 편리함이 학생들로 하여금 자아의 발견과 변화를 일으키는 행동으로 승화시키는지는 의문이다.
최고의 아이러니는 지원서 에세이에 ‘어떤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가 서술하라’고 하면서, 대학은 지원자를 합격시킨 후 그들을 위한답시고 모든 불편, 부족을 없애려고 돈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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