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인.여성.워킹맘...3개 유리천장 뚫고
세계 최대의 회계법인 ‘언스트 앤 영(Ernst & Young)’사의 제임스 털리 CEO가 김혜영씨에게 물었다. 왜 20년 전에 회사가 당신을 채용했다고 생각하느냐고. 김씨는 웃으면서 “내가 매력적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냐?”고 대답했다. 털리 회장 역시 크게 웃으며 “맞다. 바로 그런 센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둘은 악수를 했고 김씨는 그 순간부터 글로벌 기업들에게 회계감사와 세무, 인수합병 및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며 2011년 229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직원 15만 명의 언스트 앤 영에서 당당히 파트너의 위치에 오른 최초의 한인이 됐다. 파트너는 월급을 받는 직원이 아니고 회사의 이익을 공유하는 대등한 동업자이자 동반자의 위치다.
미국에서의 학위와 경력 하나 없던 그가 겁 없이 회사에 도전장을 내민 이후 21년 만에 이룬 성과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그의 활약은 오히려 지금부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다. 김씨의 성공 스토리는 본인의 능력과 노력뿐 아니라 진취적이고 개방적인 언스트 앤 영의 사풍 그리고 눈부신 성장을 이루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석사를 마치고 유학생 남편을 따라 뉴욕에 온 김씨가 언스트 앤 영에 지원했을 때 그는 6개월 된 아이의 엄마였다. 동양인과 여성이면서 동시에 ‘워킹맘’인 그에게 개방적인 분위기의 회사는 기회를 제공했다. 미 대기업의 최고 위치를 넘보기는커녕 직장 생활을 순조롭게 이끌어가는 것만도 녹녹치 않은 보이지 않는 3개의 천정을 갖고 있던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첫 직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한 김씨는 5년 후 역시 글로벌 회계법인인 PWC로 자리를 옮겨 2005년 이 회사에서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파트너의 자리에 오르는 성공을 거두었다.
언스트 앤 영으로부터 올해 다시 부름을 받은 그는 전략적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한국과 아시안 시장 고객들을 만나기 위해 한 달의 절반 이상을 해외 출장에 나서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언스트 앤 영은 5년 전부터 전략적 투자 프로그램을 통해 브라질과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두 자리 수 이상의 성장을 거두고 있고 한국 시장에 대한 공략도 확대하고 있다. 이같은 환경에서 세금 전문가이면서 포괄적인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고 한국 기업의 특수성과 이해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김씨의 존재는 더욱 부각되고 있다.
김씨는 “몇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는 계속 확대될 것”이라며 “내가 한국 기업의 의사결정 패턴이나 조세 환경 등까지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회사가 높이 인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자신의 장점을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능력, 주어진 역할만 충실하지 않고 비즈니스 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 능력”이라고 평가했다. 흔히 회계 관련 직종이 꼼꼼함과 세밀함만을 요구한다고 생각하지만 일정 위치 이상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라는 설명이다.
김씨는 그런 점에서 진취적인 사고의 직원이라면 언스트 앤 영이 최상의 업무 조건을 제공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언스트 앤 영은 기업가 정신이 충만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한 도전 정신이 있는 회사를 키우는 것을 큰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 직원들의 다양한 재능을 적적히 활용하는 것도 회사의 분위기다. 지난해에 비해 7.6%의 매출 신장을 이루고 신흥시장에서 급성장을 하는 것도 미래를 미리 예측하고 투자처를 찾아 온 결과다.
김씨가 이 같은 회사의 장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여전히 포천지 5백대 기업 간부 중 아시안 여성의 비율은 극히 낮은 상황에서 이미 PWC 시절부터 자신이 아시안과 여성들의 롤 모델로 비춰지고 있음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회계 관련 전공을 택하는 많은 한인 유학생에게 “단순히 회계전문가로 만족하지 말고 기업가 정신을 가져야 더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기 위해서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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