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 여사를 그린 영화 ‘더 레이디(the Lady)’가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돼 11일 기자 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 영화는 ‘레옹’ ‘제5원소’ 등 액션 영화로 세계적인 인기를 끈 뤽 베송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더욱 관심을 모았다.
프랑스 출신이지만 대중ㆍ상업 영화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할리우드에서도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뤽 베송 감독이 무겁고 정치적이고 심각한 소재를 다뤘다는 사실이 의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 영화팬들에게도 친숙한 중화권의 스타 배우 량쯔충(楊紫瓊)이 아웅산 수지 여사 역할을 맡았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미스 말레이시아 출신인 량쯔충은 화려한 미모에 더해 뛰어난 운동신경으로 최고의 액션 여배우로 활약하며 1980년대 홍콩 영화의 전성기 시절부터 30여 년간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 량쯔충이 아웅산 수지 여사의 삶을 그린 시나리오를 읽게 된 뒤 큰 감동을 받아 뤽 베송 감독에게 연출을 제안, ‘더 레이디’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촬영은 미얀마가 아닌 태국에서 이뤄졌다.
영화는 아웅산 수지 여사가 영국인 교수와 결혼해 두 아들을 낳고 영국에서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다가 1988년 미얀마로 돌아와 조국의 참상을 목격하며 민주 투사가 되고 군부에 맞서 저항하는 20여 년간의 삶을 그렸다.
영화는 아웅산 여사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남편 마이클 해리스 박사(역사학자)의 시선을 따라가며 아웅산 여사의 힘겨운 투쟁과 가족과의 생이별로 인해 고통스러운 상황을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현실에서 아웅산 여사가 군부의 가택연금으로 고립돼 있어 영화 제작 기간에 여사를 직접 만나 취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주인공의 내면을 깊이 있게 파고들어가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웅산 여사를 연기한 량쯔충의 연기는 빼어나다. 그는 아웅산 여사를 이해하기 위해 여사가 쓴 대부분의 글과 여사가 즐겨읽은 책 등을 탐독했다고 한다.
량쯔충은 단아한 자태에 겉으로는 부드럽지만 내면은 강한 여인의 모습을 깊은 눈빛으로 표현해냈다.
남편 역을 맡은 영국배우 데이비드 듈리스도 아내를 깊이 사랑하기에 그녀의 사상과 행보를 지지하고 응원하지만, 수십년간 이별의 고통으로 아파하는 한 남자의 모습을 설득력있게 보여줬다.
가슴을 울리는 장면들이 꽤 많다.
특히 후반부로 가면서 군부의 탄압이 거세지고 아웅산 여사가 위독한 남편을 만나지 못한 채 영원히 이별하게 되는 상황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대중에게는 영웅이지만 한 인간으로서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며 아파하는 아웅산 여사의 모습을 영화는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보여준다.
우리의 굴곡진 현대사와도 겹치는 부분이 많아 한국 관객들이라면 더욱 공감하며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수십년간의 역사적 실화를 영화화하다보니 드라마틱한 재미가 다소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기 위한 건조한 시선과 영화적인 연출 사이에서 감독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 영화는 CJ엔터테인먼트가 수입해 내년 상반기 국내 개봉할 예정이다.
(부산=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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